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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기고]케이블이 가야 할 미래

지난 6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NCTA 케이블 쇼는 미국 내 케이블업계의 현재 위치와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집약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내걸었던 주제 ‘미래를 향한 세계(Worlds Ahead)’와 슬로건 ‘케이블, 그 이상의 TV,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서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 펼쳐질 미디어 세상에 대한 기대, 희망, 그리고 불확실성과 경쟁, 그 미래에서의 케이블의 역할은 방송 제공 사업자가 아니라 케이블TV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로 특히 브로드밴드를 통하여 이 세상을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케이블 쇼를 참석하면서 처음으로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말이 “어디에 먹거리가 있는가?”였다. 지금까지 케이블방송, 더 나아가서 미디어의 핵심요소는 방송과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번 케이블 쇼는 방송보다는 브로드밴드, 기술보다는 마케팅을 강조하며 전체적으로 그 핵심과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케이블 쇼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제너럴 세션에서 미디어업계 리더들 모두가 브로드밴드를, 광대역 인터넷에서 케이블의 역할과 기여를 강조했고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펼쳐질 미디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임을 얘기했다. 브로드밴드를 통해 미래의 TV 모습인 양방향, 개인화, 모든 기기를 구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번 케이블 쇼의 핵심 메시지이다.


이런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 미 케이블업계는 지금까지 방송의 핵심 요소라 여겨지고 있는 방송콘텐츠와 기술의 진화는 기본적이며 기초적인 것이고, 그 단단한 기반 위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빅 데이터의 적용 및 다양한 마케팅기법의 도입을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경쟁력을 확보하여 앞으로의 미디어 세계에서 리더로서 우뚝 서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조됐던 것 중 하나인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셋톱을 통해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클라우드를 이용해 더 쉽고, 더 유연하고,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원하는 TV 프로그램, VOD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아주 쉽게 찾아 언제 어디서나 어느 기기에서나 시청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컴캐스트 회장도 X2 플랫폼 시연에서 클라우드가 미디어의 판도를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관련 이미지


또한 빅 데이터 기술을 통해 사업자들은 시청자들과 시장을 더 세분화시켜서 시청자들이 원하거나 필요한 개인형 맞춤서비스와 추천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고객콜센터나 애프터서비스 등의 업무에도 빅 데이터 기술을 적용하면 효율이 증대된다고 한다. 이제는 브로드밴드와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핵심 요소를 가지고 시청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어 각양각색의 요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중심에 시청자가 있다는 너무나 평범한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있다.


위성과 IPTV 간의 심각한 경쟁과 코드 커팅 이슈를 일으킨 인터넷기반미디어서비스(OTT)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 케이블업계는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향한 세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연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게임에 대한 룰을 나름대로 설정하고 움직이고 있는 리더십에서 나온 것이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너럴 세션에서 나온 “미 케이블업계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케이블업계가 더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특히, 기술발전은 더욱 빠르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OTT 사업자들의 충고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하에서 극심한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국내 케이블업계는 그들의 움직임을 통하여 우리의 가야 할 길을 헤아려볼 수 있는 지혜와 선견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기현 | 티브로드 커뮤니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