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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야권, 헌재 판결 뒤 종편 사업 지연 및 추가 특혜 저지로


 헌법재판소가 야당 국회의원들이 낸 미디어법 2차 권한쟁의 심판을 기각한 것에 대해 야당과 언론단체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언론단체들은 국회 재논의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일정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헌재 판결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말도 나온다.

 언론단체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에 대한 추가 특혜 방지쪽으로 운동 방향을 옮기고 있다. 미디어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중이다. ‘종편 지연’에 초점을 맞춘 운동 전략이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헌법재판소가 자기들이 1차 결정한 내용에 대해서 국회가 따르지 않고 있는데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헌법 유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재판관 9명 중 과반수가 미디어법이 위헌 위법 상태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언론악법 미디어법 날치기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스스로 훼손했던 입법부의 권위, 또 민주주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도 법적 근거와 정당성 없이 강행한 종편사업자 선정 과정을 중단하고, 국회 재논의 결과에 따라서 합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국회 재논의’가 판결 요지라는 주장을 계속 제기중이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국회 재논의 등 위헌·위법성 해소 작업이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관 4명은 헌재에 의한 ‘강제 시정’을 주장했고, 5명은 여전히 국회에 의한 ‘자율 시정’을 주장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국회 재논의 등 위헌·위법성 해소 작업을 벌이지 않는다면 국회가 헌법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행동 회원들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야당이 청구한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의 인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미디어행동 제공

 야권의 비판에 대해 노희범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당시 ‘날치기 입법’에 대한 법적 논쟁은 종료됐고, 헌재는 (국회 재논의의)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기각한 사안”이라며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은 정치적 문제일 수 있지만, 법치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공보관은 “전체 의견으로 빠져나갔다기보다, 의견 합치가 안 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기각 의견도 의무는 있다고 하면서도 입법 행위에 대해 강제할 수는 없다고 기각했는데, 독특한 논거와 관점이라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방통위는 헌재 기각으로 논란은 끝났다는 입장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판결 안에 담긴 뜻을 보고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국회 재논의를 요구하는데, 판결 요지를 보면 (야당 측) 청구를 안 받아들여졌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며 “주문이 없는데 (국회 재논의 등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방통위도 헌재 판결 직후 연내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미디어법의 국회 재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신 헌재와 국회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면서도 ‘종편 추가 특혜 저지’ 쪽으로 운동 방향을 틀고 있다. KBS수신료 인상 저지도 한축이다.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방통위나 국회에서 종편 먹거리를 위한 수신료 추가 인상, KBS2TV 광고폐지쪽으로 논의가 흘러가선 안된다”며 “방통위 야당 측 위원들을 만나 이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다음주 헌재 판결 이후를 논의하는 토론회 개최와 함께 미디어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중이다. 유영주 언론연대 상임정책위원은 “방통위는 위헌·위법을 감수하며 꾸역꾸역 특혜의 정책집행을 감당할 것이고, 야당과 미디어운동은 현실을 개탄하는 것 외에 당장 수습 방책이 없는 형편”이라며 “지금은 야당과 야당상임위원과 사회운동, 노조운동이 제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종편 지체·지연책이 무엇인지를 서로 묻고 답하며, 앞으로 최소 1년은 질질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목·이고은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