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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뉴스

이라크 전장의 언론인 살해자들


지난 8월 말로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병력이 모두 철수했습니다. 치안권은 이라크 군에게 이양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종파간 갈등에, 알카에다 세력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총 167명의 언론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5일 올해 이라크에서 살해된 언론인은 5명으로, 지난해 4명보다 많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50km 떨어진 가르마 마을에서 아랍어 뉴스채널 알-후라의 카메라 기자인 타릴 카딤 자와드가 자신의 차량에 부착된 폭탄 폭발로 사망하면서 집계된 통계입니다. 

이라크에선 2007년 42명, 2008년 14명의 언론인이 살해됐으나 지난해 4명으로 급감했습니다. IPI 측은 "언론인 살해자들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을 이라크 당국에 촉구하고 "범죄자가 처벌받지 않는 문화가 번창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더 많은 언론인의 사망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raqi security forces are seen at a bombing site in Baghdad. Iraq, Sunday, Oct. 3. 2010. Baghdad police officials say a bomb attached to a car has exploded, killing an employee of Iraq's Agriculture Ministry. The attack Sunday is the latest in a wave of blasts and shootings by suspected Sunni insurgents targeting security personnel or government workers.(AP Photo/Karim Kadim)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라크는 멕시코, 온두라스, 파키스탄에 이어 언론인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국가 4위에 올랐습니다.


아래 사진은 조금 많이 끔찍합니다.

Iraqi policeman inspects a damaged car at a bombing site in Baghdad, Iraq, Monday, Oct. 4. 2010.  Police officials say a roadside bombing has targeted the convoy of a deputy minister in Iraq's government, killing a bodyguard and injuring several people. (AP Photo/Hadi Mizban)

 지난달 이라크의 유명 코미디언인 자심 샤라프는 바그다드의 한 검문소 앞에 차를 세웠다가  검문소의 이라크군 병사가 “폭탄이다! 차에서 떨어져!”라고 외치는 것을 듣고 황급히 차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차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뛰어가다 이라크 병사에게 체포당했고, 샤라프는 자신은 테러범이 아니라며 울부짖었지만, 병사는 그를 다시 차에 태우며 “차에서 혼자 죽으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그러나 긴박하게 진행됐던 이 일은 실제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한 이라크 방송이 꾸민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에서 연출한 것이었습니다. 지난달 9일 CNN방송에 따르면 이 몰래카메라는 이라크 방송국 알 바그다디아 네트워크가 방영 중인 ‘그를 부카에 잡아넣자(Put him in Bucca)’라는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부카는 2009년 문을 닫기 전까지 수천명의 이라크인들을 가두고 있던 미군의 캠프 부카에서 따온 이름.

이 프로그램은 유명 가수나 코미디언, 예술가 등을 방송국에 초청한 뒤 그들이 오는 도중 검문소에 도착하면 이라크군으로 변장한 배우들이 차에 가짜 사제폭탄을 몰래 놔두는 방식으로 ‘쇼’를 연출한 것. 병사로 변장한 배우들이 자살폭탄테러 용의자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할 때 초대손님과 일행들이 당황해 하고, 진짜 폭탄인 줄 알고 도망치려 하는 모습들을 촬영해 방송하는 방식입니다.

방송을 본 이라크인들 가운데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지만 자살폭탄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라크 현실을 생각할 때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웃음의 소재가 하필 이라크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테러가 됐느냐는 지적인데요. 주민 아메드 압둘 사히드는 CNN 인터뷰에서 “이라크인들은 방송에서 테러나 무기가 아닌 평화롭고 웃을 수 있는 즐거운 내용을 보고 싶어한다”면서 즉각 방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라크에서 폭력이 '멈춤'인 날은 없습니다.
미국은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폭력은 계속되고, 그 현장에서 민간인과 언론인들도 숱하게 희생되고 있습니다.


국제부/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