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입력 : 2010-09-28 15:48:51ㅣ수정 : 2010-09-28 15:48:52 
 
“아빠가 되어가지고 장관 두번 해먹을 것도 아니고 챙길 건 챙겨줘야지. 그러다 자식 보내겠어요. 북한에….”
“능력 있으면 되는 거지. 무슨 고시를 봅니까. 외교관 뽑는 걸 가지고?”

대한민국자식연합(이하 대자연)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사건을 영화 <대부2>에 빗대 만든 패러디 에 나오는 한글 자막이다.

유 전 장관 특채 사건을 통렬하게 풍자하는데다, 영화 장면과 이탈리아 말 대사에 한글 자막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유투브에 오른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28일 오전 현재 58만7000여건.

대한민국자식연합.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이다. 맞다.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이름을 본떠 만들었다. 트위터(#kochild)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가 뜨기 전부터 인터넷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유명 패러디 창작집단이다.

지난 24일 반바지 차림에 캐리어를 끌고 경향신문에 나타난 대자연 대표 오유석 대표(35)는 “처음에 “대한민국자식새끼연합’이라고 하자는 말도 있었는데, 너무 무식하게 들리기도 하고, 줄임말도 좋아 ‘대자연’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인터뷰 할 정도의 인물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는 인터뷰이는 오랜만이다.

오 대표는 “원래 인터뷰를 잘 안하려고 했는데, 오해하는 이들과 오해하려고 준비중인 분들에게 ‘우리들은 놀아요’라는 맑은 마음을 전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말을 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유명’해지면 ‘세’를 내는게 유명세라지만, 콘텐츠가 재밌으면 취하고, 지루하면 지나쳐가면 되죠. 사람에게 욕 하기엔 욕하는 자의 머리속에 알아서 만든 오해와 편견이 너무 많지 않은지 묻고 싶지요.”

먼저 왜 대한민국자식연합이란 이름인가. “처음에는 김대중 대통령 묘자리를 파내려고 하는 어버이연합의 행동이 너무나도 졸렬한데도 그만한 목청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곳이 마땅히 없어 만들었다”고 한다.

대자연이 만드는 패러디물은 ‘하드코어’다. 대통령을 ‘가카’로 풍자하는 건 기본이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풍자가 넘쳐난다.


우선 궁금한 건 대자연의 ‘안위’였다. 미네르바 사건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건 등으로 민주주의 후퇴 담론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국가의 감시망도 촘촘해지고 있다. “이러고도 무사한가요”라고 물었다. 경찰 조사 한번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오 대표는 촛불집회 이야기부터 꺼냈다.

“진보쪽엔 관심도 개념도 없었죠. 대학 때 등록금 투쟁을 보면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벌면 되지’ 그런 마인드로 살아왔는데, 차량 통제 때문에 차안에서 촛불집회를 본 거에요.”

그는 “앞에 깃발들고 몸도 부딪치고 하는 애들은 안 잡아가면서 길쪽에 나가 있는 사람들만 잡아가더라”며 “공포정치의 기본 형태가 나선 놈보다 구경꾼을 잡아가면서 사람들을 밖으로 못 나오게 하려는 치졸한 수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패러디한 당사자는 조사하지 않으면서 이를 올린 사람은 조사한 사례를 보았다”고 전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피해를 본 김종익씨도 한인 유학생이 제작한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불법 조사를 받게된 것도 같은 맥락의 사건이다.

오 대표는 “조선시대에도 선비들이 막걸리 마시면서 왕을 까는 게 정치인데, 세상 어느 나라에 정치인을 안 까냐”며 “(정치인) 까는 건 국민의 지적 스포츠인데, 욕먹기 싫으면 윗자리에 오르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그는 “공인은 명예훼손 적용을 안 받는다는 그 선에 하나라도 어긋난 게 없다”고 했다.

‘놀이 겸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정당한 이유없이 기분이 더럽다고 잡아가겠다면 그걸 겁내고 싶지는 않다는 거죠. 나보다 어린친구들도 입만 열면 잡혀간다는 소릴 농처럼 하면서도 농이 아닌듯 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용기없게 살 필요 있나 싶었어요.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도 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나중에 올바른 정부를 만들어서 보상받으면 되지 않겠어요?”.

그래도 “왕이었으면 입 다물고 있었을 것”이라며 웃는다. “왕이 아니라 민주주의고 임기제다 보니까요. 5년이에요. 5년 동안 쫄아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가끔 걱정이 습관인 사람들에게 니네 변호사는 있냐는 말도 듣고는 하는데, 변호사는 없어도 조리와 사리는 있으니까요.”

비장한 말로도 들린다. 그래도 그는 노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금도 우리 활동은 놀이에요. 우리끼리 재미있게 흐림없이 맑은 눈으로 정치를 보려는 거죠. 처음 배우는 놈 마냥 하는 거고, 늦게 시작한 도둑질 중인 거죠.”

대자연의 웹기반은 기관지 인당수(http://korchild.tistory.com). 자료 저장실 용도라고 한다. 대자연은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트위터의 대자연 당의 당원은 대략 2000여명.

오 대표는 “(패러디 창작은) 트위터 안에서 그저 짹짹거리며 노는 것인데, 콘텐츠로 만들어 남기고 싶었다”며 “누가 우리한테(인당수) 와서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게 놀고 재미있게 많이 퍼가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대자연 대표 오유석씨. 오씨는 "(정치인) 까는 건 전 국민의 지적 스포츠"라고 말했다. 사진/김문석기자


오 대표와 2명의 수뇌부가 씹어대는 ‘지적 스포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 작업물을 만든다. 오 대표가 주로 글을 쓰고, 도화서라 불리는 전문가 2~4 명이 퀄리티 있는 이미지물을 만든다. 동영상은 오 대표가 직접 작업한다.

오 대표는 “콘텐츠를 퍼가고 나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분량과 내용을 신경쓴다”고 말했다.

기관지 인당수가 문을 연 건 2월16일. 하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다. “김정일 생일이어서 만든 게 아니라 그날 제가 술에 취해 술김에 만든 것인데도, 그걸 갖고 우리와 친북을 연상하면서 색깔을 덧칠하는 게 너무 우스웠다”고 한다.

범야권 또는 범진보의 다양한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그는 “트위터에서 좀 유명세를 치르니까 여러 세력들이 우리한테 ‘전략과 전술을 가다듬고 가라’, ‘개념없이 아무데나 들이박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그들이 일반 국민들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략전술인가요. 우리는 그저 일반 시민이에요. 시민들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잘못하고 있어 미워한다고 반대 급부로 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이쁘다는 건 아니라는 거죠.”라고 했다.


오씨는 이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저야말로 우리 ‘가카’가 잘하면 칭찬해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7·28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패배 이후 올린 글은 ‘민주당은 쳐듣거라’이다.

“지난 6·2지방선거를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고 득의만연한 결과다. (6·2지방선거가) 완벽한 승리이기 이전에 한 입 아쉽기는 하나 가카에게 백성의 참뜻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신발끈을 졸라매었을 뿐 이로 인해 좋은 날 받았다고 속편한 소리를 하는 백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자연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민저널리즘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6·2 지방선거 때 트위터에서 투표 독려로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영화 <아바타>를 패러디해 만든 포스터 문구는 “니가 자꾸 투표 안 하고 그르믄 ‘애가타’”이다.

시민저널리즘과 인터넷 정치에 대해 물었다.

“제가 사회운동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체 게바라의 말처럼 자발적 봉사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죠. 트위터의 힘을 무시하거나 과대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트위터에서 당비가 ‘0원’인 당을 계속하고 싶어요. 웃기고 자빠질 정도로 재미있고, 농담이 진담되고, 웃다가도 그 속에 뼈를 느낄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오 대표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한마디 꺼낸다. “근 몇달간 말 못하게 살이 불어서 뚱뚱하게 나오면 죽어버릴 겁니다. 사진은 꼭 포토샵을 해주십시오.”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