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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언론 장악 고착화와 미디어 재편 가속도(경향신문 9월15일자)


 9월 들어 여권의 미디어 재편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과 지역 MBC 통폐합, KBS 수신료 인상 현안이 올해 말을 시한으로 굴러가고 있다. 12월 최종 선정을 목표로 하는 방통위의 종편 기본계획안은 이번 주내 확정될 방침이다. 민영화 수순으로 비판받는 지역 MBC 통합도 시작됐다. MBC는 ‘MBC경남’ 출범을 12월로 잡고 있다. 수신료 인상 문제도 올해 안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지역 MBC통합과 수신료 인상은 ‘종편 광고 몰아주기’ 의혹과 연결되는 사안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은 위법성(방통위 일정 추진) 논란과 구성원 반발(지역 MBC 통폐합)에도 강행되는 미디어 재편 일정을 두고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둔 언론장악 고착화 수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종편 채널 선정 강행=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2~3일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8월17일 방통위가) 제안한 기본계획안을 취합, 다음주쯤 기본계획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와 10월 초 열흘 가량의 최 위원장 해외 출장 전 안을 확정하겠다는 뜻이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절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여당이 강행 입법 처리한 방송법 등 언론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같은 해 10월29일 처리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했고, 재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한 위헌 여부 역시 야당이 헌재에 부작위 권한쟁의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그래서 밀어붙이기 지적이 나온다. 야당 추천의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헌재 결정이 나기 전에 기본계획서나 세부심사안을 확정해선 안된다”며 “정부 여당 추천위원들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는데,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종편 사업자 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 위원장은 7일 국회 발언에서 0~2개까지의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방통위 안팎에서는 정치적 타협점인 2개설과 함께 구체적인 언론사 이름도 나오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스마트TV 등장, 광고시장 한계 등을 볼 때 지금의 채널을 늘리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종편 백지화가 제일 낫지만, 정 안된다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1개만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MBC 통폐합은 민영화 단초?=MBC는 지난 10일 진주·창원 MBC 합병안을 주주총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노조는 “기습 상정에다 의결 사안에 대한 폐회 선언도 없이 이루어진 날치기 통과로 원천 무효”라며 법원에 주총 무효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는 이날 “MBC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광역화를 결의한 ‘MBC경남’은 방통위 승인을 받으면 연말쯤 정식 출범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MBC 측이 구성원과 지역민 반발에도 통폐합을 강행하는 이유를 두고 노조쪽에서는 민영화와 광고 종편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다.
 홍유선 MBC 노조 부산지부 위원장은 “이번 진주·창원 MBC 강제 통폐합은 매각을 염두에 두고 팔기 좋게 덩치를 키운 것”이라며 “지역 MBC를 공적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주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대주주인 서울 MBC가 지역 MBC를 합병해 팔 수 있다면, 서울 MBC 대주주인 방문진도 정권 입김에 따라 매각할 수 있다”며 “통폐합은 민영화 수순의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MBC의 공영성 제거와 사유화 시나리오 수순은 방문진 이사회장악, 경영진교체, 노조 무력화, 사유화”라며 “이 시나리오는 현재 노조 무력화 시도 단계에 와 있고, 지역 MBC 강제 통폐합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 통폐합은 연주소를 축소해 지역 MBC를 서울 MBC의 단순 중계소로 만드는 방식”이라며 “통폐합은 지역 MBC 광고의 20~30% 축소를 가져올 수 밖에 없고, 축소되는 광고 수입 상당 부분이 KBS2TV 광고 폐지에 따른 물량과 함께 조중동이 진출하려는 종편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S2TV 광고폐지와 ‘종편 광고 몰아주기’로 연동되는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7일 “방송 공영성 강화 등을 위해 KBS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에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문순 의원은 “지금 큰 흐름은 언론악법에서 유래한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 선정을 10월 공고해 12월에 허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정권에 도움 되는 영구 체제를 만들기 위해 특혜적인 허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물밑에 잠복한 미디어렙과 황금채널(5·8·10·12번) 문제도 곧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정권에 장악당한 방송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공에서 4대강 사업 농성을 벌인 운동가들 관련 뉴스가 한 차례도 보도되지 않은 사례 등 의제 설정 능력과 의지를 상실한 방송 내용을 두고서다. 조준상 소장은 “지금의 국면을 보면, 미디어를 부여잡고 저항의 싹을 말리겠다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며 “정권 재창출 위한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야권의 의혹과 문제 제기에 대해 “멀리서 큰 그림을 그리고 보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억측과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변인은 “방통위는 올 연말까지 종편 문제를 (마무리) 하겠다고 공언해왔다”며 “다른 의도 없이 순차적으로 정상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주·창원 MBC 통폐합 건과 관련, “김재철 사장이 경영철학을 갖고 시범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각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조직 개편 문제는 방통위가 하라 마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신료 문제도 KBS가 최대 현안을 다뤄나가는 것이고, 수신료의 가장 큰 당사자는 국회”라고 말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