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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종편들, 작년 프로그램 절반이 '재탕'

종편들, 작년 프로그램 절반이 ‘재탕’ 콘텐츠 투자액도 계획서의 47% 불과

 

 

 

2011년 12월 출범한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이 사업 첫해인 지난해 방송시간의 절반을 재방송으로 채우고 콘텐츠 투자금액도 애초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부실한 방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승인 당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4개 종편과 보도채널 모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방통위는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가 제출한 2012년도 사업계획서 주요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이들 방송이 당초 계획보다 재방송 비율이 높고 편성은 보도 분야에 치우쳐 있으며 콘텐츠 투자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방송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4개의 종편을 승인했지만 실제로는 ‘구멍가게식’ 방송을 이어온 것이다.

 

 

 

 

 

 

 

 

종편들은 지난해 자체제작·외주제작과 프로그램 구매를 합친 콘텐츠 투자에서 애초 사업계획의 47.4%밖에 이행하지 않았다. TV조선은 지난해 1575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604억원(38.3%)에 그쳤다. MBN도 711억원을 투자해 애초 목표했던 1660억원의 42.8%에 불과했다.

 

 

JTBC는 투자계획액 2196억원 중 1129억원을, 채널A는 1804억원 중 985억원만 투자해 계획서 대비 투자액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종편들의 재방송 비율은 애초 계획보다 모두 높아 평균 50%를 웃돌았다. JTBC는 재방송 비율을 5.6%로 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출했지만 지난해 58.99%를 재방송으로 채웠다. TV조선(56.2%)과 채널A(56.1%)도 재방송 비율이 미리 제출한 계획서를 두 배 가까이 상회했고, 재방송 비율이 가장 낮은 MBN도 40%가 재방송이었다.

 

 

방송 편성에서 보도 편향도 두드러졌다.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완성도가 낮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늘리는 꼼수를 부렸다는 세간의 지적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MBN은 당초 보도 프로그램 비중을 22.7%로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전체 방송의 절반이 넘는 51.5%를 보도에 할애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각각 23~24%대로 보도 프로그램 비중을 계획했지만 지난해 34~35%를 기록했다. JTBC는 보도 비중이 애초 계획(23.7%)보다 줄어든 대신 오락 프로그램의 비중을 10% 이상 늘렸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승인 당시 계획서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종편에 대한 방통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종편들이 실제로는 값싼 정치평론가들을 모아놓고 보도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식의 방송만 하면서 콘텐츠 산업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종편 경영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낮은데 결국 정치논리에 휘말려 여러 개의 종편을 마구 승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문석 위원은 “종편 출범 당시 일자리 1만2000개 창출,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콘텐츠 시장의 세계 경쟁력 증진 등 3대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 중에서 한 가지도 지켜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종편이 심각한 규제대상으로 전락하는 등 상황은 참담한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번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2014년 예정된 종편·보도채널의 재승인 심사 등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