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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한국일보 편집국 열렸지만 '정상화 멀었다'

한국일보 편집국 열렸지만 ‘정상화 멀었다’

 

 

 

회사 돈을 빼돌렸다고 사주를 고발한 기자들을 쫓아내고 신문을 파행 제작해온 한국일보가 9일 편집국 봉쇄를 풀었다. 용역을 동원해 기자들을 거리로 내몬 지 25일 만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지면 제작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고 부당인사 논란 등 노사 갈등 현안도 많아 신문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50여명의 한국일보 기자들은 9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신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편집국 앞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장재구 회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용역들이 철수한 편집국 안으로 삼삼오오 들어섰다.

 

 

 

 

 

 

 

 

산업부 김현수 기자는 “일터로 돌아온 것은 기쁘지만 사실 당연한 일이고 아직 더 큰 과제가 남아 있어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이번 사태의 핵심인 장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지고 기자들이 제대로 기사 쓸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힘을 합쳐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일보 사측은 기자들에게 박진열 사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오후 3시에 편집국 봉쇄를 해제하고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인) 기사집배신 접속 권한도 부여하겠다”고 전해왔다. 전날 법원이 기자들이 낸 ‘편집국 폐쇄 해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날도 한국일보 지면 제작은 자매지인 서울경제신문 사옥에 마련된 외부 편집실에서 사측 인사들이 주도했다. 일부 기자들은 여전히 기사집배신이나 조판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었다. 데스크급 간부들의 기사 승인권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오후 확인된 10일자 신문 1면에는 경력기자 공채 소식을 알리는 사고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기자들의 근로제공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법원의 주문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 관계자는 “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하종오 편집국장 대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등 사측이 여전히 사태를 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선 신문을 정상적으로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장 회장 퇴진과 편집국 봉쇄 책임자의 교체, 편집국 봉쇄 과정에서 내려진 인사조치의 원상 복귀와 새 편집국장 인사,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장 회장이 그간의 완강한 태도를 바꿔 신문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할지는 미지수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