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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청와대, JTBC는 왜 고소 못하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한모 경위(45)가 “(지난 13일 자살한 최모 경위가 유서에 밝힌 것과 같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는 JTBC 보도를 놓고 진위 공방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부인만 할 뿐 앞서 다른 사안들의 경우 즉각 고소하던 것과 달리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JTBC는 지난 15일 한 경위가 문건 유출과 관련한 ‘청와대 회유’가 있었음을 인정했다며 전화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한 경위 변호인은 공식 입장을 내고 “한 경위는 JTBC와 그런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JTBC 관계자는 “한 경위를 취재한 사실 그대로를 보도한 것”이라며 “취재 과정 등에 대해 후속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위의 녹취 주요 대목이 방송에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취재가 사실인지 여부인데, 그 부분에 대해선 부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16일에도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경위 변호사가 검찰 기자실에 (한 경위가 JTBC와 통화한 적이 없다는) 사실관계를 알린 것으로 (청와대) 답은 대신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의 법적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태도는 비선의 국정개입 논란 이후 ‘사실과 다르다’며 고소를 남발해온 것과 사뭇 다르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8명은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지난달 2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자신이 ‘교체설’ 유포 경위를 조사하라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사실무근’이라며 지난 8일 고소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JTBC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일단 부인했지만, 사실 보도에 대해 ‘고소’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에서 보도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정권이 입을 타격은 더 크다. 고소를 남발해 언론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수차례 받은 사실도 의식했을 법하다. 청와대가 고소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JTBC는 이날 뉴스에서 “청와대가 한 경위를 회유한 음성까지 모두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직접 전해드리고자 했으나, 한 경위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여 보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에서 문제제기하지 않는 이상 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의혹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욱·이범준·이효상 기자 woo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