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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밖에서 '짜깁기 신문' 파행 제작

17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전날에 이어 다시 거리에 모였다. 이들의 손에는 시민들에게 나눠줄 ‘특보’가 들려있었다. “오늘자 한국일보를 보신 독자들께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특보는 이날 발행된 신문의 내용과 편집이 파행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일보 사측은 지난 15일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을 쫓아낸 뒤 16일에는 사측에 동조하는 10여명의 간부·기자들을 중심으로 17일자 신문을 제작했다. 17일 발행된 한국일보 지면의 대부분은 통신사 기사를 짜깁기해 채워졌다. 아예 기자의 이름이 달리지 않은 기사도 수두룩했다.

 

 

한국일보는 평소보다 8면이 줄어든 24면으로 제작됐다. 신문의 입장을 밝히는 얼굴 격인 사설 역시 소속 논설위원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 작성한 것이었다.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특보에서 “오늘자 한국일보는 90% 이상을 연합뉴스로 채웠다. 단어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게재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오늘 신문은 ‘한국일보’ 제호를 붙일 수 없는 인쇄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비대위는 17일도 오전부터 봉쇄된 편집국으로의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사측은 17일에도 서울경제 사옥 8층에 임시로 마련한 공간에서 18일자 한국일보를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개인 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 배임 행위를 저지른 장재구 회장은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며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죗값을 반드시 치르도록 모든 양심세력과 힘을 합쳐 장 회장 구속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사측이 편집국을 봉쇄하고 기사 집배신 시스템을 폐쇄한 것에 대해 18일 법원에 ‘업무방해 및 출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또 이르면 19일쯤 장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다. 18일에는 지역 주재기자 20여명도 상경해 장 회장 퇴진 투쟁에 동참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말 한국일보 노조는 장 회장이 2006년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매각하면서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권순범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 정상원 비대위원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한일건설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관련 자료들을 제출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일보 사태와 관련, “언론 성격과 사기업 성격을 같이 갖고 있어서 좀 더 신중히 지켜본 뒤 정부가 나설 부분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그 생각에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규·정희완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