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와 수용자가 나누는 대화, 그 대화의 중심을 생각하겠습니다.
석간 경향
2010년 9월 16일 창간 제170호 기획판 Media.Khan.Kr (Noribang) 2013년 7월 25일 목요일
[경향신문, 영어 특집기사 내다... '얘들아, 영어 때문에 힘들지?']
* 금년 7월 필자 직접 촬영, 어느 기둥에 붙어있던 영어 과외 광고
경향신문이 [학교를 떠난 영어]라는 주제로 지난 22일자 신문부터 기획 기사를 내기 시작했네요.
아래는 오늘까지 나왔던 관련 기사의 목록인데, 나흘 동안의 내용으로는 분량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어쩌면 이번 주부터 28면으로 축소되기 시작한 지면에서, 하루에 이 특집이 2면 가까이 발행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영어는 내게 ○○○이다’ 6학년 초등생 95명에 물어보니
외고·명문대 나와 대기업 다니는 30대 “영어는 계륵” (이상 7.22)
초등교, 미국 교과서 선호 추세… 문화 사대주의 우려 커져
강남 학원 중2 영어단어 숙제, 또래 영국 학생 30개 중 23개 “뜻 몰라”
원어민 강사 “영어로 서열화하는 풍토에 놀랐다” (이상 7.23)
사교육 시킨 부모는 쉬워서, 안 시킨 부모는 어려워서 ‘불만족’
학부모 55.8% “영어 때문에 아이와 다툰 적 있다”
작년 사교육비 19조 중 영어가 6조원으로 최다… 수학·국어 순 지출
서울대 박사과정 텝스 기준은 700점, 유명 사립대 신입생 되려면 900점 (이상 7.24)
“목표 없이 많이만 하면 된다?… 이게 한국 영어교육의 현실”
교사들, 연구회 꾸려 체험형 영어 학습 등 개발 (이상 7.25)
영어도 (정말로 실용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 이상으로 나가면 생존 경쟁형 사회로 나갈 예비생들을 위해서
일종의 성취를 평가하는 측정 도구로 쓰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취업에서 영어의 우선 순위가 밀렸다고도 기사에서는 인용되고 있지만,
아예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평가의 '기본' 수준으로는 정착되었다는 비판도 있지요.
한때는 해외 어학연수 및 교재 수입, TOEIC/TOEFL 응시 증가 등으로 '국부 유출'이 된다는 비판도 많았고,
영어 학습을 효과적으로 하고 부담은 줄인다는 이런저런 교육 정책들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원어민이 좀 늘어나고, 영어 유치원들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상황은 15년 전과 비교해도 그렇게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사회의 가치관과 생존 경쟁에 대한 부담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이 당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 저편으로 보내는 사이.... 오늘도 학생들은 영어 사교육을 받습니다.
['단독'과 '속보'의 향연]
금일 오후 3시경, 경향.com 첫 화면 갈무리 - 단독 셋에 속보 둘입니다.
다중 매체 사이에서 독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하지만,
첫 화면에 표시가 너무 많이 붙으면 그것도 식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전에 나온 기사도 오후까지 아직 '속보'라는 알림을 달고 있다면....
<예를 들면 장 자크 루소의 <에밀> 같은 책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죽도록 공부하고 그 다음엔 또 죽도록 일하도록 만드는 이 잘못된 사회에서 벗어나 보다 독립적이면서도 자족적인 인간으로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부모에게 힘을 주는 책이거든요. 그걸 읽고 나면 아마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싶으실 거예요. 그럼 나가서 춤추듯 쏘다니세요.”
참고로 <에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한다. ‘인간이 그 자연의 상태에 가깝게 있으면 능력과 욕망의 차이는 점점 더 작아지고 행복으로부터 그만큼 덜 멀어지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때가 가장 불행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불행이란 사물의 결핍 상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핍감을 느끼게 하는 욕구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장 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18세기 불란서의 계몽 철학자이고,
그의 저서인 <에밀>은 자연 상태에서 아이를 기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하지만,
조금 들어가 보면 교육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요.
실제 한국 청소년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자연에서 쏘다니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루소 식의 표현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 가깝게 살았던 석기 시대 사람들은
최소한 근현대의 삶보다 더 자립적이면서도 행복하게 생활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원시인이 아닌 현대인이더라도 거기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현대 사회의 삶과 질서에서 어디까지가 '자연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도 의문이고요.
자연 친화적(?!) '에밀' 사상에서 '믿음'과 '낙관주의', 아동 중심 교육을 배울 수 있을 지라도,
무서운(?!)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이 하나가 자라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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