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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52. [사설 생각] KBS ‘추적 60분’ 불방의 진짜 이유


4대강 쟁점을 다룬 KBS의 <추적60분>이 지난주 불방에 이어 엊그제도 방송되지 못했다. KBS 새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은 지난 여름 방송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새노조에 대해 대규모 징계에 들어갔다. 사측은 지난주 단협이 끝나 이제 징계를 하게 된 것이라지만 새노조는 명백한 보복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안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KBS의 공영, 공정성과 직결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 오늘 아침 일어나서 오랜만에 한국방송의 뉴스를 듣다가...
 공영(公營) 방송이라는 곳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해 준다면, 
 이름이 공영방송이든 공룡방송이든 상관할 필요도 없겠지요.

주변에서 '공영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아마 방송국도 주차장처럼 수수료를 받아야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고,
 국가에서 세금/보조금으로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주차장을 운영하더라도,
동네 주민 모두에게 주차 혜택을 준다는 명목으로 요금을 받으면서도
정작 주차장 운영자 및 친척의 차량과, 흙 나르는 트럭만 주차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ㅎ

당초 사측이 <추적60분> 4대강편 방송을 보류하면서 든 명분은 10일로 예정된 4대강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재판은 원고인 국민소송인단 패소로 끝났다. 이는 사측이 내세운 방송 보류 명분이 해소됐음을 뜻한다. 그러나 일주일 후 사측은 또다시 4대강편 방송을 불허하고 대신 특선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이번에는 아직 수정 보완 작업이 안 끝났다는 이유를 댔다.

=> 저번에 문화방송의 <PD수첩>이 4대강 관련 방송을 할 때도
뜻밖에 다른 프로그램이 나와서 먹거리 이야기를 할 때 당황했었지요.

네, 뭐 주차장 진입 기준을 다시 정하는 날, 
소형차와 경운기는 주차장에 들어와서 시위하지 말라는 뜻이었겠습니다.
차라리 주차장을 하루 쉬고 거기다 야영용 천막을 쳐 놓더라도 말이지요.

주차장에 주차를 대신 해 주고, 동네에 인연이 있는 분들께서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이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도, 그다지 통하지 않는...

 

이 과정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 것은 사측이 당초 내건 명분이 거짓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불방의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 ‘외압’이다. 4대강편 첫 불방 후 그 외압의 일단이 드러났다. 청와대에 출입하는 KBS 기자가 회사에 올린 정보보고를 통해서다. 이 보고에 따르면 KBS가 <추적60분>에서 천안함, 4대강 등 이른바 ‘반정부적 이슈’를 다루는 것을 청와대 몇몇 인사들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수신료 인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언질도 담았다. 노조가 이런 내용을 공개하자 사측은 즉각 불방은 자율적 결정이었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 주차장 운영자가 '개인'이라면 모를까,
공공의 명목으로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는데 이를 사유화(私有化)하면 곤란하겠지요.

뭐, 운영자도 이기심과 동정심이 고루 있는 사람일 터이니,
자기 친척과 트럭에 우선권을 주고, 귀찮게 대수만 많고 챙기기 번거로운 소형차는
수수료를 올리고, 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은 이해합니다.
자신을 그런 존재로 규정하는 것도 일종의 '자율' 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주로 소형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높은 인구밀도의 땅에서 두 칸 방에서 살도록 규율받는 형편이라면,
적어도 주차장만큼은 운영을 바르게 해 줄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만.... 
동네 사람들이 거기다 주차하는 것에 그나마 날의 편안함을 누린다면 말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외압은 이 정보보고 문건 하나를 지목한 것은 아니다. 그 외압은 포괄적이다. 이미 대통령 특보 출신 인물이 사장으로 오면서 이런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다. 김인규 KBS 사장의 성향을 놓고 볼 때 <추적60분> 불방이 외압 탓이냐 아니냐를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그 점에서 이 불방이 “청와대 등의 직간접적 외압과 이에 굴복한 경영진, 간부들의 합작품”이란 노조의 지적은 공감할 만하다. 외부압력과 자기검열, 즉 ‘알아서 기기’가 한 몸통이라서 구분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달라진 세상에서는 알아서 기기가 권력에 하는 수 없이 굴종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전두환 독재 때는 권력이 무시로 시사프로에 대해 방송을 불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알고보니 운영자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꾸준히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주차장을 더 넓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이가
주차장 운영 위탁권을 넘겨받고, 총괄 관리과 충성하는 분들을 내세웠는데,

그 분이 수수료를 올리고 소형차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
그 총괄 관리자가 하는 행동이 과연 자신의 뜻인가,
대리인의 뜻인가를 따지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양심적인 주차장 관리인들이 밤중에 몰래 문을 열어주려 해도,
그 분들도 주차장 운영자에게서 대신 봉급을 받는 형편에서, 쉽지만은 않겠지요.
이제 그 주차장 운영의 문제를 파헤치는 것은,
이웃 주차장의 주인들과 동네 주민들이 새로운 '외압(?!)'을 형성함으로서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