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세계 미디어의 대부분의 국제 뉴스를 장식한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 부부가 학비인상안에 반대한 시위대에 둘러싸여 차안에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찰스 왕세자 부부는 한 자선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리젠트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고 차량에 탄 이들을 발견한 시위대가 발길질을 하고 하얀색 페인트를 집어던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미디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린스데일은 세기의 특종, 미래에 두고두고 다시 나오고 또 나올 이 사진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찍혔는지 쓰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기자는 AP 통신의 맷 던햄 (32)입니다. 그린스데일에 따르면 던햄 기자는 AP 통신 런던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5년차 기자입니다. 버킹햄 출신으로 웨일즈 뉴포트 대학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고 하는군요.
그럼 그는 어떻게 세기의 특종을 하게 됐을까요? 그린스데일이 지적한대로 그의 작품은 "운과 기술과 결정력의 종합적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던햄 기자는 시위 당일 정오부터 팔러먼트 광장쪽 시위대의 취재를 계속 맡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 전송을 위해 경찰 저지선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했는데, 오후 6시쯤 날이 어두워지자 시위대들이 점차 흥분하기 시작했고 그 역시 시위대 사이로 진입할 수 없었다고 하는 군요. 그러다가 200여명의 시위대가 흩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했고 그들을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이들은 처음 트라팔가 광장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붙였고 레스터 광장 쪽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피카디리에 이르렀을 때는 상점 쇼윈도우를 깨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리고 마침내 이들이 리젠트 거리에 이르렀을 때 던햄 기자는 기마 경찰 2명을 발견합니다. 순간적으로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챕니다. 왜 경찰이 여기 배치돼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저기 멀리 왕족들의 차가 오고 다가 오고 있는 것을 봅니다. 물론 이때까지는 누가 안에 타고 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차가 가까이 왔을 때 시위대와 그가 찰스와 부인 카밀라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몇몇이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긴 했지만 자신이 거기 있었던 유일한 신문 사진기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합니다. 5장의 사진을 찍은 던햄기자는 전화로 비디오 영상을 찍고 있던 사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캠든에 있는 AP 사무실로 바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의 사진이 도착한 것은 오후 7시 20분. 조간 신문의 마감 시간에 딱 맞춰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던햄의 사진은 신문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방송에 실렸으니 가히 "Money shot"이라고 할만도 하지요. 그린스데일은 "그가 많은 사진 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칼럼을 끝냈습니다.
자,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 AP 사진 기자로 시위대를 취재할 수 있게 된 것은 운이었겠지만, 긴장된 와중에도 왕세자 부부의 놀란 표정이 고스란히 담긴 5장의 사진을 찍어낸 기술, 그리고 시위대를 쫓아가기로, 시간에 맞춰 본사로 복귀하기로 한 순발력에 따른 결정 능력이 바로 역사에 남을 사진 한장을 만들었다는 분석에 동의하시나요?
국제부/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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