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길환영 사장 신임투표 실시"
KBS 노조가 ‘보도 통제’ 논란에 휩싸인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기자들은 기자총회를 열어 KBS 보도와 인사에서의 ‘권력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월호 보도가 ‘정부 편향’ 논란에 휩싸이면서 촉발된 KBS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12일 집행부·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길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KBS에 신임투표 제도는 없지만 전 구성원에게 사장직 유지가 올바른지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다. 신임투표에는 KBS본부 조합원뿐 아니라 사원들이 모두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새노조 측은 “신임투표 결과를 공개해 KBS 이사회와 국민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며 “청와대 꼭두각시 사장을 몰아내는 것만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KBS 노동조합(구노조)도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구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길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더 이상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길 사장이 질 책임이 무엇인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구노조는 “만약 길 사장이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이번주 내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사장 퇴진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가열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노조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지난 9일 사퇴하면서 폭로한 길 사장의 ‘보도 통제’에 대해 “김 전 국장이 굳이 없는 말을 지어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길 사장은 그동안 KBS 구성원과 국민을 기망한 것은 물론 방송법을 위반하고 KBS의 독립성을 침해한 중대 범법행위자”라고 지적했다.
KBS 노조는 “박근혜 대통령은 KBS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실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사죄하라”며 “특히 국민의 방송을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킨 박준우 정무수석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와 교통사고 희생자 숫자를 비교해 발언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김 전 보도국장에 대해서도 “보직을 사퇴했다고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교통사고 발언이 명백하게 사실이라면 김 전 국장은 해임·파면 등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는 이날 공석인 보도국장에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했다. 새노조는 “백 국장은 2009년 이명박 대선후보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던 직원들의 포위망을 뚫어 승승장구한 사람”이라며 “청와대와 가깝고 충성심이 높은 인물을 보도국장에 임명한 것은 뉴스의 정상화 염원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라고 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8시부터 긴급 기자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길 사장에게 김 전 국장이 말한 외압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임기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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