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KBS 기자들 "사장 퇴진 안하면 제작 거부"

KBS 기자들 "사장 퇴진 안하면 제작 거부"




KBS 기자들이 ‘보도 통제’ 논란에 휩싸인 길환영 사장과 임창건 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 불사 의사를 밝혔다. 보도·인사 독립성 문제로 촉발된 KBS 사태가 중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KBS 기자들은 12일 밤 8시부터 13일 새벽 1시까지 진행된 기자총회에서 이같이 결의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는 15일쯤 토론회를 열고 세월호 관련 보도를 반성하는 프로그램과 9시 뉴스를 제작 방송할 것, KBS 뉴스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것,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KBS기자협회는 14일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갈지를 묻는 투표를 한다. 찬반투표 실시가 가결되고 사측이 기자협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제작 거부에 대한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KBS 기자들은 기자총회에서 세월호 보도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총회에는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200명 가까운 기자들이 참석했다.



총회에서는 보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다 울먹이는 기자들도 있었다. 한 기자는 “언제부턴가 촬영기자를 빼고는 목포총국에 모여 있었다”며 “아무리 아이템을 발굴해도 위에서 ‘총을 쏜’(지시한)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는 “서울에서 종합보도를 하면서 자료를 받아 (수색 인원이) 500명이니 700명이니 썼는데, 실제로는 20명에 불과한 날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뉴스에서 유족들의 항의 소리가 없었던 게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진도실내체육관) 현장에서 소리가 잡히지 않았다고 하지만 확인해보니 분명히 있었다”며 “오히려 사고 현장의 화면도 지저분한 것 말고 좀 깨끗한 것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 보도본부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권력 외압’ 폭로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하는 일이며 사장과는 일상적으로 보도 수준에 대해 얘기했을 뿐”이라며 “보도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거취 등을 포함해 책임지겠지만 현재는 수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간부급 기자는 “KBS가 소통이 되지 않는 조직이 아니었다. 회사가 이 지경으로 된 것은 정치권에 줄 서고 청와대 눈치를 본 간부들의 책임이 크다”며 “반드시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