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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 통제' KBS, 방송 독립성·권력 외압 논란 확산

'세월호 보도 통제' KBS, 방송 독립성·권력 외압 논란 확산





길환영 사장의 ‘보도통제와 퇴진’ 문제를 논의하는 KBS 기자협회 긴급총회가 12일 오후 8시 열린다. KBS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보도 개입의 진상과 문제점도 도마에 오른다. 당초 KBS 기자협회가 세월호 보도를 놓고 하려 했던 끝장토론의 초점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권력의 외압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KBS의 내홍은 지난 9일 오후 김시곤 보도국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길환영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한 뒤 급반전되고 있다. 



김 국장이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고,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 할 것”이라며 청와대를 권력의 배후로 지목한 것도 기름을 부었다. KBS 기자협회가 바로 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 토론회를 기자총회로 전환시키기로 결정한 이유였다.








KBS 기자협회 관계자는 “세월호 보도 등으로 촉발된 KBS의 현재 상황에 대해 기자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김시곤 전 국장이 말한 외압의 실체, 외압이 사실일 경우 길 사장 퇴진 요구 여부, 정치적 외압과 독립에 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임기제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길 사장의 보도통제와 청와대의 인사 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자성과 대안을 요구하는 KBS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KBS 노조가 길 사장에게 ‘보도통제의 진상’을 설명하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기자협회와 PD협회, 기수별·개인별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김 국장 사퇴 전후로 성명 내용도 ‘부끄럽다. 반성하자’에서 보도통제와 외압에 흔들리는 공영방송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KBS 38기들은 성명서에서 “사장과 간부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선배들도 한번쯤은 언론인이지 않았습니까”라며 “짧은 임기 끝에 다가올 구조선을 홀로 기다리는 늙은 선장이 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길 사장은 김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서는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내에서는 그가 외압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버틸 것이라는 의견과 청와대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옷을 벗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부의 곱잖은 시선도 KBS의 위기감과 술렁임을 높이고 있다. 당장 국회에 상정된 KBS 수신료 인상안은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김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KBS가 공영방송 지위를 포기하고, 관영방송으로서 권력의 하수인 역할에 충실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월호 참사 후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시민모임 ‘세월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대행동)’은 김 국장의 폭로 회견이 있던 9일부터 수신료 거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세대행동은 “국가 재난주관 방송사로서 역할을 저버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가리며 정권보위 방송으로 전락한 KBS에 수신료를 납부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이 국회에 단독 상정한 수신료 인상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