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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KBS 수신료 인상 사실상 물건너 간 듯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광고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는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KBS 수신료 인상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통위는 오는 17일 김인규 KBS 사장을 불러 수신료 인상안의 근거에 대해 의견을 들은 뒤 국회에 제출할 최종의견을 결정키로 했다.

방통위는 이날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검토했다.

방통위 실무진은 이날 보고에서 “인상의 전제조건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콘텐츠 질 향상, 광고 감축·폐지, 디지털 전환 및 난시청 해소 등 공적 책무 수행”이라며 “KBS의 인상안은 전제조건을 만족시킨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KBS가 방송제작비 급등과 디지털방송 전환비용 등을 이유로 막대한 중기 누적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방통위에 제출했으나 검토결과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수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예상했지만 방통위 실무진은 같은 기간 수백억원의 누적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난시청 해소, 고품격 콘텐츠 개발, 전문성 강화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 강화를 위한 사업비용도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자구노력을 통해 이뤄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방통위 실무진은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는 방안, KBS 이사회 안대로 1000원 인상을 하되 인상분에 대해 공적 책무에 쓰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보고를 들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KBS 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경영실적 전망 및 수신료 인상분의 활용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광고 축소가 전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자 부위원장은 “현재 수신료를 인상하지 않아도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큼 먼저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등 제도를 개선한 뒤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형태근 위원은 “KBS 측이 제시한 안과 실무진이 분석한 것에는 회계상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수준의 콘텐츠를 육성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송도균 위원은 “KBS 인상안이 답답한 수준이지만 공영방송 재원 정상화의 첫 단추라는 의미에서 방통위가 생산적인 의견을 제시해 국회에 조언할 필요는 있다”며 “광고 없는 방송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선진화하기 위해서라도 광고가 아닌 수신료를 재원으로 해야 한다”며 “하지만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근거가 다소 부족해 보이므로 KBS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듣자”고 제안했다.

방통위는 17일 KBS 사장 등 실무진에게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계획이며, 25일까지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첨부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여당 추천 위원들마저 KBS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것은 ‘광고 축소 없는 수신료 3500원 인상안’이 당초 여권의 수신료 인상 논의 출발점이던 ‘종편 광고물량 챙겨주기’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신료를 인상하는 대신 KBS 2TV 광고를 폐지하고 광고물량을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친여 보수언론이 대주주인 종합편성방송채널에 몰아주려는 것이 여권의 취지였다.

처음 KBS 이사회에서는 ‘광고 폐지를 전제로 한 6500원 인상안’이 제시되었으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추천 KBS 이사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결국 여야 타협의 산물로 ‘3500원 인상안’이 도출되었으나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안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KBS가 지난해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수신료 인상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KBS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방송계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재단 설립 자금 300억원 등을 합치면 KBS가 6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방통위 회의에서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 지출은 부풀리고 수익은 축소하는 등 회계와 전망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적발돼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연내 수신료 인상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이를 올해 최대 과제로 내세운 김인규 KBS 사장의 능력과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김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신료 인상의) 가능성을 묻는데, 저는 가능성 90%라고 말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김준일. 최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