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각종 추문과 부정, 도덕적 해이, 공영성 상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장의 호화 씀씀이와 방만한 경영, 측근 챙기기에다 직원 비리 조직적 은폐 의혹 등 백화점식 부정 의혹과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KBS에 줄곧 제기됐던 언론의 감시 기능 상실, 정권 코드 맞추기 문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 노조)가 내부의 고질적 문제를 끄집어내며 적극적인 내부 비판에 나서고 있다 .
■교향악단 추문=새 노조는 13일 낸 특보에서 ‘교향악단 관련 부서장들의 끊임없는 추문들’이란 제목으로 내부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는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함신익씨에게 회사 앞 포스코 더샵 3억2000만원짜리 전세를 지급하고 있다”며 “함씨는 1년에 3달 남짓 한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기간은 아파트가 비어 있지만 관리비는 매달 빠짐없이 나간다”며 교향악단 예산의 방만한 사용 문제를 제기했다. 또 “또 부사장급에 해당하는 제네시스 승용차와 기사가 함씨에게 배정됐다”며 “당연히 이 차 또한 대부분은 쉬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한 고가의 승용차가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연식을 까먹고 있는 상황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담당국장이 자신의 차처럼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올 10월 예정된 KBS교향악단 UN음악회 사전 답사에 관련 부서 국장들의 참석 ▲교향악단 자문역을 맡고 있는 회사 밖 인사에 대한 월 500만원의 보수 문제도 아울러 제기했다.
■KBS 안전관리팀 비리, 은폐 의혹=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KBS의 안전관리팀(청원경찰)의 ‘금품수수를 통한 인사채용 비리’, ‘공금횡령’, ‘정기적인 상납을 통한 금품수수’, ‘화염병 투척사건 조작’ 등의 재감사 결과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에 대한 KBS기자 욕설 사건으로 묻힌 질의 내용이다. 지난 2월9일 주간동아 보도로 촉발되고, KBS 노조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비리 사건 요지는 안전관리팀 최모씨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의 조카를 부정 채용하고, 연봉계약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등을 조건으로 금품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KBS 감사실은 직원 70여명에 대한 감사에 들어가 파면 4명을 포함한 징계 10명, 검찰고발 조치 요구, 연대변상 3명, 개선 요구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KBS가 지난 7월22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개월에 걸친 재감사를 통해 최모씨에 대해서만 감봉 1개월이 최종 확정되었다”며 감사 뒤집기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13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BS 안전관리팀 최모씨를 비롯한 9명에 대해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최문순 의원은 또 이날 KBS노조의 지난 5월18일자 특보를 인용, 김인규 사장이 지난해 말 사장실에 700만원 상당의 쇼파와 1400만원 상당의 회의실 의자를 사들인 내용을 추궁했다. 당시 노조는 “특보 사장의 사장실 마감재(카페트, 도배) 시공과 커튼 교체에도 1300여만 원이 들었고, (사장은) 2010년이 되자마자 900만원짜리 안마의자까지 구입했다”고 지적했다.
■비판 기능 상실=노조는 ‘공정방송위원회’ 보고서에서 장관·총리 청문회의 부실 보도를 비판했다. 노조는 노조는 “(장관·총리 후보 의혹 관련)(단독 보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차지하고서라도 주요 후보, 특히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의혹과 문제점을 거의 보도하지 못했다”며 “낙마의 결정적인 사유가 된 잦은 거짓말과 부인의 도덕성 시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어깨걸이 제목도 후보자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기보다는 주로 양측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오히려 후보자의 ‘반박’을 제목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또 “자진 사퇴를 하루 앞두고(8월28일) 결정타가 된 ‘박연차-김태호 사진 발견’은 메인뉴스에서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해 가장 미온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결론적으로 KBS가 후보를 감싸는 인상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더불어 이번 장관 인선에서 심각한 인사검증 문제를 드러낸 청와대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하지 못한 채 마치 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인 것처럼 포장해 보도함으로써 특보 출신 사장이 온 이후 청와대라면 감히 눈도 들지 못하는 KBS 보도국의 비참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공방위는 “MBC는커녕 SBS도 이번 인사 파문의 주된 원인을 청와대에서 찾았거늘….”이라며 보고서를 마쳤다.
■뉴라이트 이념의 설파, 이승만 특집?=노조는 ‘이승만 특집’ 기획의 전모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특집 기획은 지난 7월 중순 김인규 사장이 6·25 특집 방송팀과의 점심 자리에서 비롯됐다. 노조는 “김 사장이 ‘이승만이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번 다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옆에 있던 길환영 콘텐츠 본부장이 ‘안 그래도 이런 기획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사장의 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이병철·정주영 등 5명의 현대사 인물에 대한 프로그램 지시가 하달됐지만 PD 등 제작진들은 자의적 선정 기준과 특정 기업 홍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거부했다.
노조는 “논란 끝에 제작진과 본부장은 객관적 방법으로 인물을 선정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며 “하지만 지난 8월말 보고를 받은 김 사장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딸인 박근혜 전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길 본부장이 당초의 계획을 뒤집어 박정희, 김대중은 빼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루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제작진은 KBS가 뉴라이트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형적인 안으로는 더 이상 프로그램을 할 수 없다는 거부의사를 밝혔다”며 “하지만 본부장은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명을 선정해 이승만은 당장 내년에 방송하고, 나머지 인물은 향후에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보수우파진영은 ‘이승만 국부론’의 설파에 열중하고 있다”며 “KBS 내부에서조차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방송을 강행한다면 KBS는 뉴라이트 이념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특집 계획 중단을 주장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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