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제작진이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을 취재하려 했지만 간부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제작진 교체로 ‘소망교회 사태’가 불방된 데 이어 ‘무릎기도 논란’도 취재 자체가 불허돼 ‘PD수첩’에 대한 사측의 사전 검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7일 MBC 노조에 따르면 윤길용 MBC 시사교양국장은 8일 방송 예정이던 ‘PD수첩’ ‘생생이슈’ 아이템으로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을 취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성관 PD는 지난 5일 ‘무릎기도’를 취재하겠다고 책임 프로듀서(CP)인 김철진 부장에게 보고 했고 김 CP는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김 CP가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통화한 뒤 ‘채택 불가’로 입장이 바뀌었다. 윤 국장은 김재철 MBC 사장의 고등학교·대학교 후배다.
김 CP는 “의도된 행위가 아니라 일과성 해프닝인데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종교도 걸려 있는 민감한 문제이니 만큼 다른 아이템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 PD는 “이런 방법으로 아이템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항의의 표현에서라도 다음 주 생생 이슈는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CP는 “결국 (방송)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간다면 사규상 제작거부”라며 징계 의사를 내비쳤다.
MBC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사전 검열’로 보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성명을 내고 “생생이슈의 경우 담당 PD가 제안하고 부장의 동의를 거친 아이템을 국장이 거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반발했다.
PD들은 “‘MB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건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소망교회 전성시대’ 논란, 이슬람 채권 논란, 조용기 목사의 이명박 대통령 하야 발언 등이 터져 나온데 이어 발생한 사건으로 정치와 종교와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매우 큰 상징성을 보여준 이슈”라고 말했다.
이어 “무릎기도를 시킨 한기총 길자연 목사는 최근 돈 선거 논란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로 조중동 등 보수신문조차도 일제히 비중 있게 다뤘다”며 “보수신문들조차 앞다퉈 의제화한 사안마저 방송을 막는 상황에서 앞으로 ‘PD수첩’이 어떤 권력 비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시사교양국 PD들은 비상 회의를 열고 노조와 함께 이번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PD들은 “윤 국장이 ‘PD수첩’은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기독교 문제가 포함된 그 어떤 아이템도 다루지 말라는 포고령을 선포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말로는 권력비판을 보장한다면서 실제로는 첫 결정을 ‘PD수첩’의 비판을 막는 쪽으로 내린 윤 국장에게 우리는 최소한의 신뢰도 가질 수 없으며 우리 시사교양국 PD들은 ‘PD수첩’과 시사교양국을 길들이려 점령군으로 온 윤 국장을 비롯한 세력에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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