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은 수년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논란, 불법 민간인 사찰, 검사와 스폰서, 4대강과 대운하의 관계,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 ‘PD수첩’이 다루는 소재는 항상 이슈가 됐고 권력은 이들을 불편해했다. 그렇기 때문에 ‘PD수첩’의 탐사 저널리즘은 빛이 났다. 본디 저널리즘은 숙명적으로 권력과 긴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PD수첩’이 다시 화제다. 전과는 다른 이유에서다. 사측의 일방적 인사발령으로 제작진 절반이 교체됐고, ‘대통령의 무릎기도’ 취재는 간부에 의해서 중단됐다. 비판적 저널리즘을 고사시키기 위한 정권 말기의 노골적 탄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PD수첩’일까. 최근 ‘PD수첩’을 떠난 최승호 PD를 만났다. 그는 지난달 말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며칠 뒤 갑작스런 인사발령으로 ‘PD수첩’을 떠나게 됐다. 당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던 소망교회의 문제점을 취재하고 있었다. 최 PD는 “최근 인사발령과 아이템 취재중단 지사는 저널리즘의 비판정신에 대한 거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의 배경에 대해 최 PD는 “소망교회 취재때문에 인사가 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회사에서 ‘PD수첩’ 개편을 준비했다고 본다”며 “소망교회 취재는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재철 사장 연임 후 시사교양국을 편성본부 산하로 이관했고 ‘PD수첩’ 제작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김 사장의 최우선 과제가 ‘PD수첩’ 길들이기로 보인다.
“그렇다. 김재철 사장이 들어오고 난 뒤에 노동조합이 ‘대통령이 보낸 사람 아니냐’며 대대적인 파업을 했다. 파업이 끝난 뒤 위원장이 해고됐고 많은 사람이 징계를 받았다. ‘후플러스’ 같은 정부 비판 프로그램 없앴다. MBC가 가지고 있었던 정부에 대한 비판, 권력에 대한 비판 성향을 계속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단체협약 해지했다. 단체 협약 해지가 분수령이었다. 최근 인사를 통해 얼마 남지 않은 MBC의 마지막 비판적 저널리즘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려고 한다. ‘PD수첩’에 대한 조치로 표면화됐다.”
-최근 인사에서 1년 이상 같은 프로그램을 한 PD는 예외없이 교체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PD수첩’진용을 인위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당위성이 부족기 때문에 ‘1년 잣대’를 들이댔다. 다른 프로그램도 PD가 모두 교체되면서 프로그램의 연속성이 떨어졌다. 1년이라는 시간은 프로그램에 막 적응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정도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PD수첩’의 경험있고 전문성 있는 PD들이 전부 밀려났다.”
-사측 간부들은 ‘PD수첩’에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PD수첩’제작진 교체가 정치적 탈색이라는 주장이다.
“시사교양국 PD 총회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언급됐다. 이번 인사의 실질적 배경이라고 본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을 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 질문을 했는데 발언을 한 간부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불공정함의 근거는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서 편향성을 언급하는 것은 ‘PD수첩’에 의도적으로 빨간 딱지를 붙이는 것이라고 본다. 권력집단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편향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PD수첩’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윤길용 국장은 ‘최승호 PD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마랬다. 내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PD수첩’이 가장 편했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정년퇴직까지 ‘PD수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편하게 해준다면서 내 적성하고 맞지 않는 일로 보냈다. 나로서는 전혀 고맙지 않다.”
-사측 간부들은 “현장 리포트를 살려야 한다. PD 중심으로, PD들이 단내나게 뛰어서 땀 냄새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PD수첩’이 땀 냄새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비판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 많은 PD들이 황당한 비판이라고 봤다. 윤 국장도 ‘PD수첩’을 오래 하신 분이다. 10년 이상 지났는데 사이비종교 비판 프로그램 등 현장 고발성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사이비 종교 잠입 취재 등 현장성을 많이 살렸다. 그분은 이런 요소들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았나 싶다. 현장에서 리얼하게 부딪히는 것을 중요시하고 시청률 올릴 수 있는 요소를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PD수첩’을 긴 흐름을 봈을 때 PD들은 이런 현장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장에서 부딪혀 만들어내는 영상이 자칫 선정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에 의한 비판이 중요하다고 봤다. 팩트에 의거해서 정확하고 공정하게 비판을 하는 탐사보도의 방법론을 적용해 왔다. 컴퓨터 활용 취재 등 자료분석 기법을 활용해 정부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는데 정부가 팩트가 틀렸다고 소송을 보낸다든지 공문을 보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어느쪽이 더 발전된 저널리즘이냐를 봐야 한다. 영상을 중요시하고 현장을 중요하시하는 말초적인 부딪힘은 한계가 있다. PD수첩 초기에 발전과정에서 하나의 방법론으로 채택을 했던 것이지, 지금에 와서 많은 발전이 이뤄진 상태에서 그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소망교회의 문제점을 취재하다가 교체됐다.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했나.
“내가 이 팀을 떠났지만 다른 PD가 아이템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 다만 기독교계의 불투명성에 주목했다. ‘무릎기도’ 사건이 상징적인데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독교의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최근 중단 지시가 내려온 생생이슈 아이템도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기도’로 ‘권력과 종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소망교회 취재때문에 인사발령됐다고 보는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PD수첩’ 진용을 바꾸려는 사측의 의도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올초에 ‘공정사회와 낙하산’편을 방영한 뒤 권력이 불편해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무릎기도’ 취재중단 지시는 현 국장체제에서 ‘PD수첩’의 비판 범위가 얼마나 제한 당할 것인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취재중단 지시 과정과 판단에 모두 문제가 있다. 앞으로 종교권력이나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는 주제는 취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PD수첩’을 무력화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권력에 대한 비판을 여과없이 하는 프로그램을 남겨놓으면 향후 정국 운용하는데 지속적으로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왜 PD 저널리즘, 탐사 저널리즘이 타깃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저널리즘이 그렇지만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숙명이다. 탐사 저널리즘은 정확한 팩트를 추구해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사설이나 칼럼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권력은 탐사 저널리즘에 대해 항상 불편함을 표시했었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이나 한·미 FTA 체결과정 문제점 보도를 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도 불편함을 표명했다. 다만 현 정부는 비판을 저널리즘의 속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비판을 수용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보다는 비판 자체를 압살하고 비판 주체를 솎아 내려는 부분이 다르다. 그래서 KBS 탐사보도팀을 해체하고 ‘PD수첩’제작진을 사실상 정리해고 하려는 것이다.”
-미국에서 탐사저널리즘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탐사 저널리즘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면 대체로 양측을 공정성을 기한다고 하면서 양측의 발언을 동등하게 소개한다. 아니면 정치적 편향성에 의해서 한 쪽을 많이 소개한다. 이처럼 기계적 균형성 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탐사 저널리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 옳으냐다. 정부가 4대강을 홍보하면서 물부족과 홍수방지를 내세우는데 정부 주장 50%, 비판단체 50% 소개하면 기계적 균형은 취할 수 있지만 진실을 알 수 없다.기계적 균형성을 취하려고 하는 것. 물론 기계적 균형도 중요하지만 그렇게만 보도하면 국민들이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탐사 저널리즘은 정말 4대강 프로젝트가 완성 되면 물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소가 되느냐를 치밀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프로젝트가 완성되더라도 물부족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거든. 정부의 홍보내용이 실상하고 틀리다. 정부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게 탐사저널리즘의 본질이다. 탐사저널리즘이 제대로 발현될때 정부 정책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수정하면서 사회가 좀더 발전한다. 팩트를 추구하지만 나열하기 보다는 그 배후에 숨어 있는 진실을 뿌리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정부와 비교했을 때 언론에 대한 통제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비판에 대해 불편해 했지만 이런식으로 하지 않았다. 언론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금은 언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라가 잘되어야지 언론도 있는 것이고 언론이 협조를 해야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언론을 찍어누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방송사가 권력에 의해 쉽게 장악당했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힘들게 쟁취했던 방송 민주화의 과정을 구성원들이 망각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비판을 충분히 수용한다. 개개인들은 다 나약한 인간들이다. 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고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인이다. 그 개개인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 조직이 필요한 것이고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MBC는 노동조합이 굳건히 버텨줬다. 그동안 해고당하고 하면서도 여기까지 왔다. 현장에서 취재 보도 프로그램 만드는 조합원은 건강성을 유지했지만 상층부는 계속 바뀌어 왔다. 전형적인 관리 방법이 ‘당근과 채찍’이다. 따르는 사람한테는 보직과 당근을 주고, 임원을 시켜주다. 자기 말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보직에서 박탈시키고 본인이 원치 않는 프로그램에 보낸다는 식이다. 누구나 인간적으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현실을 인정하는 분들은 당근을 받아서 잘 되는 것이고. 현실 문제를 느끼는 분들은 채찍을 받는 상황이다. 상부구조의 기득권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관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건강한 노동조합이 있다. 마지막 배 12척은 남아있다.
별도로 한국 사회가 근원적으로 고민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정권을 잡은 자들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고 원하는 방송하도록 만드는 구조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정치권력에 휘들리는 것이 좋지 않다.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 가능하게 되고 안정이 된다. 방송사의 사장 임원을 결정하는 구조가 문제다. 최소한 야당이 절대 반대를 하면 그 사람은 방송사 사장이 될 수 없는 구조는 되어야 한다. 현재 KBS나 MBC가 이사회 모두 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다수결로 결정된다. 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의도대로 결정된다. 이런 상황이 정말 맞는 것인가. 최소한 누가 권력을 잡든 간에, 야당이 ‘너무 편향성이 심하다. 권력의 입맛대로 할 사람이 아니냐’고 반대를 할 때, 최소한 그 사람은 안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른쪽 왼쪽으로 요동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갈 수 있다. 김재철 사장의 지금 방향이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방향인지 확신 못한다. 국민들이 피디수첩에 이런 상황 발생하는 것을 원하냐. 비판적 저널리즘의 말살이다. 이러한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근원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야당 때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선거 후 다수당이 되면 절대 안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보 보수가 있고 여야가 있다면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이 100% 장악하는 일은 안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상식적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줘야 한다.”
-2월말에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올해의 PD상을 받았다.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생각나나.
‘검사와 스폰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소불위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검찰 권력에 대해 비판했는데 많은 국민들이 지지와 공감을 표했다. 이 프로그램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팩트가 정확한 저널리즘의 지적에 대해선 진보든 보수든 수용할 수 있어야 한국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시사교양국3부 소속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외주 프로덕션이 만드는 아침 생방송 관리를 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편해졌다. 하지만 ‘PD수첩’에 복귀할 날을 기다린다. ‘PD수첩’을 계속 하겠노라 마음 먹었고 노력했는데 상식에 어긋나는 부정을 당했다. 회복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회복이 되지 않겠나.
글 사진 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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