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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①번포탄= 1번어뢰 =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와 KBS조선동아 등 친정부 언론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연평도에서 숫자 ①이 쓰인 포탄 잔해가 발견된 것과 관련, 천안함 사건 때 논란이 일었던 ‘1번 어뢰’가 북한측 소행을 입증하는 결정적 사실로 확인됐다는 단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과학적 의혹을 제기했던 과학자 등을 싸잡아 ‘종북 세력’으로 몰며 매카시즘 보도 행태도 보이고 있다.
 
 KBS는 국방부가 연평도에서 수거한 122㎜ 방사포탄 추진체에 손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① 표기가 확인됐다고 지난 27일 보도했다. KBS는 “숫자 표기는 폭파에도 불구하고 잉크가 녹거나 흘러내리지 않은채 매우 선명하다”며 “천안함 때 어뢰추진체의 잉크가 녹았거나 탔어야 한다는 의혹 제기를 불식시켜 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번 천안함 때 1번 글씨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번 방사포탄 발견으로 의혹이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KBS보도 이후 “그동안 무기에는 기계로만 글씨를 새긴다든지, 글씨가 고열에 녹아서 없어져야 한다든지 하는 (천안함 사건 관련) 어뢰조작 주장은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에 “가짜 과학자들, 北포탄 ‘①’ 숫자에 또 뭐라 할 건가”에서 천안함 사건 때 ‘1번 어뢰’ 미국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를, ‘한인 물리학 교수라는 사람’으로 가리키며 “일부 야당 의원과 좌파 언론들은 이 교수의 주장을 근거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조작으로 몰고 갔다”며 “이번에 북한이 쏜 방사포 포탄의 ‘①’이라는 숫자를 통해 고열(高熱) 폭발에서도 손으로 쓴 잉크 글씨가 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그것도 ‘모의실험’이 아니라 실제 폭발 현장에서 나온 증거다. 그 알량한 물리학 교수와 그의 사이비(似而非) 과학을 떠받들며 북한의 발뺌을 비호하던 친북 좌파들은 또 뭐라고 둘러댈 것인가”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어뢰 ‘1번’ 手記증명해준 연평도 포탄①” 사설을 싣고 “폭발 시 고열에도 이 글씨가 지워지지 않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며 “북한이 3·26 천안함 공격 당시 사용한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됐던 ‘1번’ 글씨를 조작이라 우기던 종북 세력의 억지는 설 땅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사이버 민족사령부’에 ‘김정은 대장의 출현이 기쁘다’는 글을 올리고 북을 찬양한 황모씨를 거론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사상전을 전개하며 김정일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종북세력을 계속 방치하면 국가안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는 “포탄의 위력이 TNT 10㎏에 해당한다는 국방부 주장이 맞다면 국방부는 설명하지 못하는 또 다른 현상에 부닺친다”며 “1번 윗쪽에 있는 포탄 몸체 외장 페인트가 전혀 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번호가 쓰여져 있는 부위 어디에도 고열이나 화염의 흔적은 없다. 국방부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사설과 관련, “조선일보는 정정기사를 내든지, 아니면 나의 과학적 의견을 기사화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며 “위기상황을 이용해서 비과학적인 논리로 천안함을 둘러싼 거짓을 덮으려는 시도는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언론검증위)’는 ‘숫자 ①에 열광하는 국방부와 언론, 자숙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방부 발표와 언론보도를 반박했다.

 언론검증위는 “우리 정부와 군은 극도의 안보 비상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며 “그런데 국방부가 연평도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검증위는 “국방부가 천안함에 관한 각종 과학적 의문 제기에 대해 ‘지엽적인 논란’으로 규정하고 ‘과학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날이 11월18일”이라며 “그랬던 국방부가 열흘도 안 돼 연평도 참변의 현장에서 찾아낸 숫자 ①을 들고 논란 재개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또 “‘1번 표기 논란’도 수많은 검증 대상 중 하나일 뿐이다. 검증 결과 어떤 결론이 나든 그것은 ‘1번 표기 논란’과 관련한 결론일 뿐”이라며 “그러나 국방부 일각과 일부 언론은 1번이 안타면 국방부가 전부 맞다는 해괴한 논리를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검증위는 “1번 표기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잉크가 폭발에 타느냐 마느냐인데, 이는 연평도 포탄의 발견을 계기로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검증도 하기 전, 지상과 수중이라는 폭발환경의 차이, 폭발력의 차이 등을 무시하고 단순 비교해 국방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정치적 접근’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국방부가 이른바 어뢰에 붙은 조개를 일방적으로 떼어내고, 공개하겠다던 천안함의 유실무기를 피폭처리 했을 때조차 철저히 침묵했던 언론들은 연평도 포탄의 숫자 ①에 열광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명백한 증거’ ‘천안함 사건 조작 논란에 종지부’라 보도한 언론은 고의적 왜곡이 아니라면 한심한 수준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