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은 대체로 우울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어두움의 깊이는 더해가고 있다. 이 정권은 수구기득권 세력이 집권하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중들의 분노는 점증하지만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비판을 옥죄는 한편, 조선·중앙·동아일보 같은 신문은 정권의 홍보를 담당하면서 그들만의 여론을 만들어낸다.
방대한 사업계획서 종합편성·보도전문방송채널 사용 희망 사업자들이 12월1일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여기에 종편방송 사업자가 조만간에 선정된다. 자격이 되면 누구나 허가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심사위원장이서가 아니라, 이 정권의 통치전술·전략 상 조·중·동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종편은 곧 조·중·동 방송이 될 것으로 예측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조·중·동 신문, 조·중·동 방송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미래는 물론 알 수 없다. 그러나 종편의 사업성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원래는 KBS 수신료를 인상하고 거기에서 풀리는 광고를 토대로 종편의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만들어지고 그것마저 안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바,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곤경에 빠질 수 있는 곳은 오히려 문화방송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MBC의 광고가 종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구기득권자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문화방송을 옥죌 수 있는 매우 자연스러운 구도와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종편의 사업성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면 내년 하반기나 2012년 초부터 시작될 조·중·동 방송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 것인가이다. 답은 간명하다. 조중동 신문을 연상하면 된다. 수구기득권 세력을 위한 축소·은폐·왜곡·과장의 저널리즘,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의 시사나 교양, 토론 프로그램, 그리고 시청자들을 빨리 사로잡기 위한 상업적 상상력에 기초한 드라마나 온갖 종류의 오락 프로그램.
초대형 프로파간다 체제의 등장이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사회는 분노하는 대중의 사회이다. 정권은 공정사회를 외치지만 무려 74%에 이르는 사람들은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한국사회여론조사 연구소 10월 조사). 언론은 물론 청와대, 정부, 검찰, 법원, 국회,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 한국 사회를 이끄는 주요기관들은 모두 불신의 대상이다(리얼미터 12월 조사).
OECD의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0년부터 가속적으로 줄어든다. 자살률 또한 OECD 국가평균 11.2명의 두 배를 훨씬 넘는 10만명당 28.4명으로 가장 높다. 또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자유이민이 실시될 경우 한국은 인구가 8%나 줄어들 뿐 아니라, 학사 이상의 학력을 지닌 사람들 중 30%는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왔다.
공정사회에 대한 냉소, 국가에 대한 불신, 출산기피와 자살, 그리고 조국에 대한 혐오. 이는 무엇인가? 좌절과 도피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깊은 분노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분노하는 대중의 사회, 대한민국의 실체가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 정권과 수구기득권 세력은 분노하는 대중을 한쪽으로는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서, 또 한쪽으로는 조·중·동 신문, 그리고 이제는 조·중·동 방송과 협력해서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겠지만 그것은 오산일 것이다. 왜? 억압과 조작으로 분노를 잠재울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년은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해이다. 분노를 조직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민들이 더더욱 큰 뜻을 모으는 새날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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