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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기고]‘미디어 정책권’ 미래부 이관 설득력 없다

방정배 | 성균관대 명예교수



 

인터넷TV(IPTV)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정책권이 여야 합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다. 그 정책권이란 IPTV와 MSO 등의 인허가권을 비롯한 규제 권한을 의미한다. 야심차게 새 정부가 구상한 미래부가 이 두 미디어의 정책권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이 연일 나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고, 담화문까지 발표하면서 여론의 힘을 빌려 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결국 여야 합의로 정책권이 이관됐지만 왜 이 정책권을 미래부가 관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 동력 획득 등의 추상적이고 빛 좋은 개살구식 어법만 난무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선의의 약속을 믿어보란 것이 전부다.


협상 타결뒤 (경향신문DB)


이 미디어 정책권 관련 정부조직법 입법에는 여러 문제들이 짚어져야 했다. 첫째는 IPTV, MSO의 정책권이 방통위에 있으면 창조경제나 일자리 창출에 어떤 약점과 치명적 결함이 있는지가 지적돼야 한다. 그리고 미래부가 가질 경우 일자리 창출 등 미디어 공익이 어느 정도 제고되는지가 제시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둘째는 IPTV와 MSO의 정책 및 규제 권한을 국가 중앙 행정부서인 미래부가 갖는 것이 명분이 아닌 합법적인가 하는 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는 헌법 21조가 천명하고 있는 언론자유에 방송과 통신 미디어의 민주적 질서가 내포된 것으로 확신한다. 민주적 질서하에서만 방통 미디어의 자유와 기능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IPTV가 인터넷 기반 방송이라는 점이다. 주문형비디오방송(VOD), 데이터방송, 뉴스, 게임, 애니메이션, 홈쇼핑, 전자금융거래 등 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통융합 매체이다. 특히 이 매체는 전국망을 장악한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세 통신재벌이 IPTV 사업 허가권을 따냈고, 벌써 300만가구 가입자를 확보해 전국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IPTV는 누가 뭐래도 지상파, 케이블 방송과 더불어 3대 방송축을 형성했다. VOD의 매력이나 방대한 통신 서비스가 부가된 방송이기에 이 미디어는 앞으로 방송 영향력 1위 매체로 등장할 수도 있다.


MSO도 단순한 케이블시스템 운영자가 아니다. 이것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100여개의 프로그램공급자(PP)들 위에 군림하면서 채널 배정권을 행사하고 자체 채널 방송 편성권까지 행사한다. 1995년 케이블 방송 도입 이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축소된 반면 유독 MSO만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강력한 준언론미디어란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IPTV와 MSO 정책 및 규제권을 합의제 방통위로부터 국가 행정부서로 이관하는 것은, 방송언론의 민주적 질서를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 두 미디어 체계가 통신이나 정보기술(IT) 덩어리가 아니고, 방송문화와 언론 제도임이 분명할진대, 그 인허가권과 규제권을 국가 행정기구인 미래부가 가진다면 나치 독일의 제국방송(RRG) 같은 반관반민적 거대 어용방송의 탄생이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미래부가 방통융합 미디어 정책권을 갖는 정부조직법 입법을 ‘위험’하고 ‘비민주적 방송질서 개악’으로 비판해왔다.


지구상 어느 선진국에서도 IPTV나 MSO 등이 국가 행정부서의 정책 관할에 있는 곳이 없다. 영국의 Ofcom, 독일의 LMA, 프랑스의 시청각위원회, 심지어 미국의 FCC까지 합의제 미디어정책기구가 아닌가. 민주적 미디어 질서와 방송의 민주적 기능 행사를 위해 방통매체 관할 정책권이 국가 행정부서로 이관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