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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개혁의 출발점은 언론개혁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선거 과정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가슴에는 서로 다른 정서적 상흔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촛불 혁명을 경험하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사람들은 그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문재인 후보가 당선하면 촛불 혁명의 대의를 따라 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대통령이 임기 초반 보여준 광폭의 행보는 개혁에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민들은 87%라는 역대 최대 지지도(19일 갤럽 발표)로 호응했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이라는 것이 과거의 부조리를 해결하고 새 질서를 구축하려는 것인 만큼 구질서 속에서 기득권을 누렸던 수구 세력의 반발을 수반한다. 예상 가능한 대선 결과를 고려해 대선 전에 쐐기를 박고자 했던 사드 조기 배치나,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현실화하려 했던 교육부의 시도 등도 그 예이다. 정권이 바뀐 이제부터는 개혁정책의 집행 효율성을 떨어뜨리려는 관료 내부의 보이지 않는 태업부터 수구 정당, 거대 자본 등의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를 대변하는 수구언론의 이데올로기 투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검찰개혁에서부터 언론개혁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 개혁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수구언론들은 대선 이전부터 유난히 통합을 강조했다. 진정한 통합이란 구질서가 야기한 폐단의 희생자들을 보듬어 안고, 그런 부조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의로운 새 질서를 구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인위적 통합 요구는 기득권을 온존시키고 구질서의 희생자들에게 권력 교체라는 상징적 승리에 자족하라는 협박에 불과하다. 수구언론들은 인위적 통합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개혁 세력의 항복을!

 

파격적인 개혁의 행보를 보이는 대통령 때문에 초조한 수구언론이 소위 ‘허니문’ 기간을 가질 생각은 없어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의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의 체납 사실을 걸고넘어지거나 조 수석이 학술 논문에서 좌파 성향의 학자를 탐구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순수성을 훼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보도 이전에 웅동학원의 역사와 사정을 제대로 취재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만 지켰어도 그런 보도가 가능했을까? 그들이 지금도 비일비재한 진짜 비리사학을 제대로 취재하거나 보도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촛불 광장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민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언론이라면, 과연 학술 논문을 두고 그런 시비를 붙을 수 있었을까?

 

몇 개의 예를 더 들어보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언한 대통령이 혹시나 그 와중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TV조선은 그 발언을 노동자들에게 한 ‘쓴소리’라며 의미를 변질시켜버렸다. 한편 연구학교로 국정교과서 거부를 돌파하려 했던 교육부의 꼼수는 국민 대다수의 거부로 실패했다. 그 민심을 반영한 사후 조치가 국정교과서 폐지임은 당연하다. 그런데 채널A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채택한 지침에 따라 제작된 검인정교과서에 ‘종북’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더불어 국정교과서 폐지를 ‘보수 정권 지우기’라는 정파적 색깔 입히기로 죽은 국정교과서를 옹호하려 했다.

 

지난 가을부터 그 추운 광장에서 악폐를 청산하고 민주평등의 새로운 질서를 요구했던 시민들은 곳곳에 놓여 있는 개혁 장애물이 사라져야 함에 동의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개혁에 저항할 수구언론을 비판 감시하고 이전 정권이 장악했던 공영언론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시급한 개혁 과제다.

 

지난 시기 이들 언론은 언론으로서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몇 언론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소위 공영언론이나 수구언론들은 오직 같은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 많은 명백한 의혹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취재하지 않거나 보도하지 않았고, 국정농단의 싹을 보면서도 눈을 감았다. 언론으로서 감시견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 언론이 정권의 몰락을 초래하고 국가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다.

 

이제는 언론도 바뀌어야 한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면서 구악에 일조했던 공영언론의 경영진과 간부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정파적 인물이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취재와 제작을 통해 진실에 근접해 있는 현장 언론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언론을 수용자가 선택해줘야 한다. 물론 완벽한 언론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곧 개혁에 동참하는 것이다.

 

김서중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