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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그린 <코드걸>과 <방해 말고 꺼져!>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방해 말고 꺼져!>는 비디오 게임에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에 내재된 성차별적 요소, 게임 문화 내에서 여성 게이머와 개발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게임 문화에서 여성 게이머의 존재 자체가 가시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들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 내에서의 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게임 문화를 즐기려는 여성들이 이제까지 성차별적 게임 문화 속에서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게임 중 보이스 채팅이 가능해지면서 게이머의 성별을 더 쉽게 알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여성 게이머를 게임 문화 내에서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거나 여성 게이머에게 성적 모욕을 가하는 일이 더 잦아지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여성 게이머들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 인기가 높은 게임 오버워치의 경우 ‘옵치하는 여자들’과 ‘전국디바협회’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연대체가 오버워치를 하는 여성 게이머의 존재를 가시화하면서 게임 문화의 성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옵치하는 여자들’과 같은 연대체는 ‘오버워치’를 하는 여성 게이머들이 채팅이나 보이스 채팅에서 들었던 혐오 표현이나 모욕적 표현들을 제보하면 이를 기록하고 축적하는 활동을 한다. 게임에 참여하는 동등한 게이머로 존중받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험해야 하는 부당한 대우를 드러내는 일 자체가 게임 문화의 성차별성에 대한 일종의 저항 방식이 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게임을 단지 청소년 학업에 대한 방해물로 보거나, 게임 중독 또는 과몰입 프레임 속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량이나 게임에 들이는 돈의 문제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게 게임 자체를 일종의 일탈로 보는 시각에서는 게임 문화를 바꾼다는 생각보다는 게임 자체를 금지하려 한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 일상 문화의 일부분이다. 특히 한국의 청년 남성 문화에서 게임 세계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6년 7월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와 30대 그리고 10대 순으로 게임 이용률이 높고, 특히 20대와 30대는 해당 연령대의 남성 중 90% 이상이 게임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상화된 게임 공간에서, 단지 ‘상대방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욕이 허락되고, ‘여필패(여자가 있으면 반드시 진다)’와 같은 말로 성별에 근거하여 상대의 능력을 무시하는 행위가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이를 그냥 방치해 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게임 콘텐츠 내의 여성 재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여성 캐릭터의 과도한 노출 문제도 그중 하나로, 올해는 ‘서든어택2’의 여성 캐릭터 노출에 대한 비판이 거세져 캐릭터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다수 게임 이용자들이 남성인 현실에서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여성 재현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다. 여성의 게임 이용률이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2016년 조사만 보더라도 온라인 게임 장르 이용자 중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은 67 대 33으로 나타난다. 설령 남성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해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방식이 정당화될 수 없다. 게임 내 여성 재현 방식의 문제나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게이머나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비하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는 남성만을 정상이자 규준으로 생각하고 남성이 아닌 존재는 동등하게 인정하지 않는 오래된 성차별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게임 리터러시(literacy·활용 능력)’라는 개념이 제안되고 있다. 중독이나 일탈로서가 아니라 문화 자체로서의 게임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이 개념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게임이라는 가상공간 역시 자유롭고 동등한 시민들이 정의, 평등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게임하는 남성들이 ‘남성이 아닌 게이머를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그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다는, 다시 말해,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의 시민권을 남성에게만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현재 한국 대중문화에서 드러나는 성차별 문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다기한 움직임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게임 리터러시 함양에 대한 고민은 사회와 게임 공간의 연결선상에서 이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 숙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김수아 |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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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