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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리즈=====/Noribang의 석간 경향

102. [판본 편성] 그 해 봄은 쌀쌀했네.

           - 사진 : 해군 소령 김영수 (2009/10/13 문화방송 PD수첩 자료화면)


1.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전쟁의 위험이 더 하고 덜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군인은 기본으로 외부와의 전투에 대비하여 끊임없이 교육 및 훈련을 받으며

항상 생명을 전방에 맡겨두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외부의 위협이 몇십, 몇백 년 동안이나 지속되어 왔고

남성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국방의 의무가 수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면 더 하겠지요.


하지만 간부든 사병이든, 그러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생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아니라 사사로운 감정이나 세력 확대를 위해서 무력을 사용하는 행위,

혹은 불투명성과 비리가 꾸준히 있어 왔던 군의 옛 역사가 근절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제 천안함이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은지 3년이 지났습니다.

아무래도 희생된 해군의 가족 분들이 가장 분하고 억울하겠지만, 

보통 사람들도 여기에 대해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심리적 상처 지속이나 해군의 실질적 능력 보강, 혹은 정보/의견의 투명화 등은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서 또한 오래도록 이야기되기를 바랍니다.


2. 금일, 마침내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2010년부터 직을 수행했으니 약 3년 정도 된 셈인데, 그 동안 News 시간 변경,

옛 청와대와의 연관성, 노동조합과의 갈등, 무용가 지원/법인카드 남용, 시사 축소, 인원 배격 등의

여러가지 의혹도 짙게 남아있지만... 이제 앞으로의 사장 선임도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든, 정수장학회든, 영향력이 막강한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되는 방식에 있어서

어차피 누군가는 거부감을 갖게 되겠지만, 이왕 사람들의 불만을 다독이고 구성원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새로운 사장으로서 언론의 모범이 되어 주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3. 금일, 경향신문 20판(영남 등 지방)과 40판(수도권 등 최종)에서 1면 구성이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20판에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기사가 배치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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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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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청와대 반성-책임자 문책하라"

천안함 묘비 사진 

 국민행복기금 출범

 새누리, "원세훈 출국 시도 부적절"

오늘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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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판에서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차이점이 많이 느껴지는군요.


아마 기사의 배치가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는 물론,

'국민행복기금'보다는 '성접대 동영상' 기사가 1면에 더 시의적절하다거나

보다 추가적인 내용이나 기교가 보강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신문이 배송되는 지역의 우선적 성향까지 고려한다면... 생각을 더할 수 있겠지요.)


순전히 개인적으로 추론하자면, 여당의 입장을 내세운 기사가 1면에 2개 배치되면서

이와 병렬되는 기사로는 비교적 건조해 보이는 행복기금 이야기보다는 

'성접대 동영상'을 둘러싼 권력/사정 기관의 행태를 보여주는 기사가 더 적절하다는 

편집하는 기자 분들의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신문의 판본이 바뀌는 과정은 자정-새벽의 전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고민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진지하고도 혁신적인, 그러면서도 많은 일상의 삶을 담은 고민이기를 삼가 기대하며 글을 맺습니다.


아, 오늘 저녁 카타르와의 World Cup 축구 예선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