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詩 - 가을날의 한 걸음 이상우 - 비창 (1994) 한때는 삶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향수를 언제 잃었는지도 까마득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장을 열면서 그 잔향은 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가끔씩... 마음이 허전할 때면 어릴 적의 손자국이 여전한, 이제는 새끼손가락만해진 연필 한 자루 들고 가을날의 석양을 그려보겠다고 나서 봅니다. 노을빛은 그래도 옅은 사랑을 연필 잡은 손이 기억하도록 남겨놓았건만 그 때의 마음은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 인사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마음의 빈 자리에는 그저 오래된 풍경만을 손끝에 남겨두는 쓸쓸한 자아만을 남긴 삶이 들어와 하릴없이 흑백의 노을빛처럼 종이를 감싸오며 절망과 희망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산 어디선가 낮잠서 깨어나 어슷하게 마을.. 더보기 이전 1 ··· 2697 2698 2699 2700 2701 2702 2703 ··· 30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