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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자의적 잣대’ 논란 증폭시킬 독소조항… “언론 길들이기 가속화 가능성”

‘자의적 잣대’ 논란 증폭시킬 독소조항… “언론 길들이기 가속화 가능성”

 

 

9일 개정된 ‘방송심의 규정 개정안’은 지금껏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휘감고 있던 방송심의의 ‘이중잣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방통심의위는 지금까지 일관성 없는 심의 규정 적용을 되풀이해왔다. 여당 추천 위원 6명과 야당 추천 위원 3명은 모든 사안에 대해 대립했으나, 수적 우위에 있는 여당 추천 위원들의 의견이 관철돼왔다.

 

 

 

 

 

 

이번에 개정되지 않은 객관성(9조), 재판 중인 사건(11조) 등도 여당 추천 위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왔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치심판”이라며 해당 안건을 보이콧하며 회의장을 떠나는 것뿐이었다.

 

 

실제 방통심의위는 자의적으로 심의 규정을 오용해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지난해 9월 방송된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은 공정성과 재판 중인 사건을 위반했다며 ‘경고’를 받았다.

 

 

야당 추천 위원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보도는 안되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문제 있는 사건을 일절 취재·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는 JTBC <뉴스9>이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사태 보도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며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내렸다. 정부·여당의 의견만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반론권 보장이며, 정밀하지 못한 객관성의 잣대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은 무시됐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PD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의 ‘불법대선’ ‘연평도 포격’ 발언을 옹호하는 듯한 진행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KBS <미디어 인사이드>의 ‘종북 논란 부추기는 언론’이라는 방송 역시 “종북 표현을 남용해선 안된다는 반대 의사를 가진 인터뷰만 활용해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를 출연시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종북’으로 규정한 TV조선 <뉴스쇼 판>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문제없음’과 행정 제재인 ‘의견 제시’를 결정하는 등 친정부 성향의 방송에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왔다.

 

 

이 같은 방통심의위의 모습에 법원도 “옳지 못한 일”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8일 행정법원은 방통심의위가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 내린 ‘주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린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개정되지 않은 공정성, 객관성 조항도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신설된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주의에 따른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인데, 이를 어떻게 일률적인 기준으로 심의할 수 있느냐”며 “정부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질서’에 맞지 않는 보도를 배제하겠다는 반민주주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