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합의’ 이제 시작이다.
- “공정방송 없이 수신료 인상 불가능”
비판에 귀를 열라 -
지난 19일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30년째 동결되어 있는 월 2500원의 수신료를 3500원으로 올리고, 광고는 현행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일단 5달째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을 거듭하던 이사회가 합의를 통해 인상안을 처리했다는 점에서 KBS 이사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또한 이번 합의 정신이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훼손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이번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의결까지 마무리 하기 위한 몇 가지 당부를 덧붙이고자 한다.
먼저, 수신료 현실화를 대하는 KBS 경영진의 태도다. 당초 김인규 사장은 이번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제안하면서 (1)수신료 6500원 인상에 광고 전면폐지(안)과 (2)수신료 4600원 인상에 광고비율 20% 축소(안) 등 2개 안을 제출했다. 사측이 최초 제안했던 안은 누가 봐도 국민들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종편채널을 준비중인 조중동 신문재벌에게는 수천억에 달하는 광고비를 지원하는 안이었다. 국민부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 기회에 수신료를 많이 올릴수록 좋다는 단견으로 이후 5개월 동안 소모적인 이사회 파행을 낳은 게 사실이다. 마치 온 국민이 반대해도 정치권만 설득한다면, 그리고 종편을 준비하는 보수언론의 지지만 확보한다면 수신료 인상은 가능하다는 식의 오만함이야말로 지금까지 수신료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뒤늦게나마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그리고 종편 먹거리 확보를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광고 유지, 인상액 최소화라는 틀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의결된 점은 다행이다.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 의결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사설까지 동원해가며 ‘광고 현행 유지’라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연일 무차별 비난을 가하고 있는 조중동 신문재벌의 행태는 과연 이들의 안중에 국민이 있는 지 의아할 따름이다. 국민가계 부담을 더 지우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미래 광고수입을 입도선매하려는 신문재벌들의 불순한 여론몰이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민부담 최소화라는 이사회의 합의정신이 온전히 지켜지는 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한편, 수신료 인상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된 후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KBS의 정권편향 방송이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이를 그대로 둔 채 수신료만 올리는 인상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상파방송을 보지 못해 유료방송을 볼 수 밖에 없는 시청자들에게 매체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KBS 내부 구성원으로서 KBS본부는 이같은 시민사회의 비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MB정권 이후 정권 비판 보도는 사라지고, 정권 홍보 프로그램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현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바로잡지 못한 KBS 내부구성원의 자괴감은 크고 깊다.
국민의 편에서 공영방송의 제대로 된 역할과 공정방송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출발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앞으로 수신료 인상을 위한 남은 절차과정 동안 가능하면 입은 닫고, 귀를 열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힘닿는 대로 KBS 안이 아니라 밖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당장 눈앞의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방송 KBS를 제자리에 놓기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다.
KBS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귀를 열라!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귀 기울여 경청하라!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이 공정한 방송을 요구하고 있다. KBS 경영진은 왜 이렇게 수신료 인상에 반대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정방송은 수신료 인상에 관계없이 공영방송 KBS에 주어진 기본책무이다. 공정방송 없는 수신료 인상은 어불성설이자 주객전도일 뿐이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공정방송 실현에 자신의 직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KBS의 두번째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30년만에 수신료를 인상한 최초의 KBS 출신 사장으로 기록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0년 11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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