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간 엘 디아리오의 편집장 페드로 토레스가 지난 21일 마약조직에 보내는 사설을 실은 신문 1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미 NPR 홈페이지 제공
“더 이상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 달라.”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최대 일간 엘 디아리오는 최근 활개를 치고 있는 마약조직을 겨냥해 1면 머리기사로 ‘우리가 무엇을 보도하지 않기를 원하는지 설명해 달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최근 2년 사이 소속 기자 2명이 마약조직에 피살되면서 취한 불가피한 조치다.
이 신문의 편집장 페드로 토레스는 사설 게재 전 멕시코 내 마약조직에 대한 기획기사를 내보낸 후 “앞으로 마약범죄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 너희 회사 기자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받았다. 이후 지난 17일 이 신문 기자가 마약조직원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2009년에도 소속 기자 1명이 마약조직에 살해당한 이 신문은 결국 지난 19일자에 마약조직에 보내는 사설을 게재할 수밖에 없었다.
토레스는 지난 21일 미국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들 조직에 항복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우리 동료들을 죽이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휴전을 제안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마약조직)의 법 아래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다수 멕시코 언론들은 마약조직의 위협 탓에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시가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기자들이 실종돼도 보복이 두려워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멕시코 언론, 침묵 아니면 죽음’이라는 보고서에서 2006년 이후 멕시코에서 30명의 언론인이 살해당하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2006년부터 군병력까지 동원해 7개의 거대 마약조직들과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마약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이 사건사고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하자, 지역 주민들이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통해 총격전과 도로 봉쇄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국제부/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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