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집권당 아프리카민족연합(ANC)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법정'이 국내외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언론계뿐만 아니라 해외 통신사와 지식인들까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며 나서는 모양새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언론을 탄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논란의 불길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지만, 새로운 언론법이 무산될지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AP통신에 따르면 주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로 인해 언론인들이 감옥에 가거나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일 AFP·AP·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이 ANC가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법정’ 설치 및 새로운 정보 관련 법 도입에 대해 “국제 통신사와 다른 언론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주마에게 서한을 보낸 데 대한 답변이다.



South African President Jacob Zuma (l), arrives with Chief Mandla Mandela,
former South Africa's President Nelson Mandela's grandson, during former
president Mandela's 92nd birthday celebrations at Mvezo in July.    Siphiwe Sibeko/Reuters

 

ANC는 ‘악의적 보도’에 대해 법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미디어법정에 부여하는 한편 탐사보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정보보호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보호법은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비밀로 분류하도록 하는 광범위한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비밀로 분류된 정보를 공개할 경우 최장 25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들은 최근 수년간 정치인과 언론간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 후 제안된 것으로, 언론과 법조계로부터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으며 남아공의 대외이미지 실추로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경제인들도 법안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86)를 비롯한 남아공 작가들도 언론보도 규제 움직임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며 항의했다. 이 정부의 언론 보도 규제 움직임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고디머는 정치인들이 고위인사들의 부패를 감추기 위해 법안을 제안한 것이라면서 넬슨 만델라 등이 소속돼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에 맞섰던 ANC가 이 같은 조치를 제안한 것은 비극이라고 한탄했다.

통신사들은 “남아공 언론매체와 남아공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기자들은 과거 백인 우월주의 정부의 협박과 검열, 공격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인종차별정책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며 “인종차별정책이 종식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4대 통신사는 이 두 가지 법안이 남아공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및 1994년 인종차별 종식 뒤 남아공 정부가 보여 준 민주주의 구현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마는 그러나 정보보호법은 아직 계류중에 있으며, 이는 첩보활동을 금지하고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안에 최종 결정되는 날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이 법이 정부의 부패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가리려는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제부 /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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