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인사 조치와 라디오 개편 등을 두고 사측과 대립했던 MBC노조가 파업 개시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는 12일 전국 대의원회와 지부별 대의원회를 열고 파업 찬반투표 시기와 조합원 가입범위 상향 조정 등의 안건을 심의, 의결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인사권과 프로그램 제작권이 경영진의 절대 권한이라고 강변할 뿐 구성원들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대의원회를 통해 파업 개시 여부에 관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지난 2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이 결렬되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지만 때마침 집행부가 교체되는 바람에 곧바로 파업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 1월 공정방송 조항이 명문화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현재 사측은 새로 출범한 집행부와 단체협약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PD수첩’ 사태와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 지역 MBC 강제통폐합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소하지 않은 채 단협 협상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측의 ‘PD수첩’ 손보기는 파업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달 MBC는 소망교회의 문제점을 취재하던 최승호 PD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전보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 기도’를 보도하지 말라고 지시해 안팎의 비난을 샀다.
사측은 시사교양국 PD들이 제작 거부를 결의하며 강경 대응하자 후속 인사로 일부 제작진을 교체했지만, PD들과 합의했던 사항인 최 PD의 원직 복귀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간부들이 지난달 22일 방송분부터 기존의 앵커 시스템을 폐지하고 취재 PD들이 진행과 내레이션을 직접 하도록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현장 인력들은 “아마추어리즘으로의 회귀”라며 반발하고 있다.
‘PD수첩’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PD가 카메라 앞에서 국어책을 읽고 있다” “사람 몇명 바뀌니까 별일이 다 일어난다” 등 항의글이 올라왔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최근 열린 윤길용 신임 시사교양국장 정책발표회에서 “왜 우리가 내용 때문이 아니라 형식 때문에 우습게 보여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윤 국장은 “아직 새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아나운서국에서 발음 교육을 받기로 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5월 중순으로 예정된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은 파업의 또다른 불씨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들이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김미화씨의 경우 후임 진행자 이름이 내부에 회자될 만큼 교체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MBC노조는 당초 4월25일로 알려졌던 라디오 정기개편이 재·보선 이후인 5월 중순으로 연기된 점,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개편의 윤곽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는 점 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라디오 PD들은 이 본부장의 정책 발표회에서 “개편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들은 부당한 개편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달 말 긴급 총회를 열고 ‘평PD 협의회’를 결성했다.
강릉·삼척MBC와 청주·충주MBC 등 지역사를 통폐합하려는 사측의 움직임도 파업의 동력이 되고 있다. 해당 지역사회에서는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강제통합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4·27 강원도지사 보선에서 MBC 사장 출신인 엄기영, 최문순 후보가 이 사안을 정치 쟁점화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노조위원장은 “‘PD수첩’ 사태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개편 등은 사측이 구성원들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얘기”라며 “‘PD수첩’ 문제가 후속 인사로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진 않지만, 파업도 불사할 수 있다는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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