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5명이 지난 2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양문석 야당추천 상임위원(45)은 최시중 위원장과 함께 1기 방통위를 겪었던 유일한 인사다.
29일 서울 광화문 방통위 사무실에서 만난 양 상임위원은 “작은 건 (정부에) 양보할 수 있지만 큰 것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정책은 나를 밟고 가지 않는 이상 관철시킬 수 없게 하겠다”고 2기 활동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7월 보궐위원으로 방통위에 입성한 그는 자신의 1기 활동에 대해 “행정조직의 문화를 학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더 치밀한 논리로 큰 사안을 돌파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 1기 방통위를 평가해달라.
“속도도 없고 방향도 없었다. 방송의 경우 전반기의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후반기의 종합편성채널을 빼고 한 일이 무엇이 있나.
방통위는 저널리즘을 어떻게 보호하고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되레 저널리즘을 끊임없이 훼손했다.
통신 영역에서도 방통위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부흥을 선도하지 못했다. 방통위에 들어온 뒤 지난 8개월간 IT와 관련해 생각나는 건 이동통신사들에 과징금 부과한 것밖에 없었다.”
- 야당 몫 상임위원으로서 본인의 활동에도 아쉬움이나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야당 상임위원들이 종편사업자 선정·KBS 수신료 인상 등 정부 정책을 저지하는 데 무기력했고 반대 논리도 치밀하게 세우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런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 보궐위원으로 방통위에 뒤늦게 합류한 탓에 행정 문화를 익힐 학습시간이 필요했다.
초기에는 사안에 맞닥뜨렸을 때 ‘내 권한인가’ 하는 고민도 많았다. 선의든 악의든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8개월간 정부미를 먹으면서, 내가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공공성·공정성을 지향하는 방송법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
앞으로는 사무국의 지원을 받지 못해도 현장을 직접 찾아가고, 기자회견이든 토론이든 자리를 만들고, 필요하다면 1인시위라도 할 생각이다.
요즘 김충식 야당추천 위원과 역할분담·정책방향 등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1기 때 야당위원 간에 공조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 2기 방통위가 지향해야 할 방송 정책의 기본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건강보험과 공교육, 지상파 방송은 우리나라 3대 공공영역이다. 지상파의 언론 기능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지만, 그 외 일반 교양이나 오락 측면에선 질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해왔다.
방통위는 교양·오락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상파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방통위가 케이블사업자(SO) 측에 지상파 무료 재송신을 허용해 지상파의 재원을 축낸다거나, 종편의 광고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의 도입을 막는 것은 반국민적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 올해 상반기엔 종편을 위한 특혜 정책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논리를 가장 많이 언급하는 정권이 가장 반시장적 논리인 특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상파와의 불균형 규제 등 기왕 종편에 특혜로 제공된 것은 회수하고 추가로 제공될 것은 막아야 한다.
상반기에 가장 크게 맞부딪칠 일이 채널 정책이다. 만약 방통위가 개입해서 종편을 4~13번 사이에 편성하도록 SO에 압력을 가하거나 행정지도를 한다면 사업자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을 것이다.
방통위가 종편이 황금채널을 배정받도록 SO를 압박했다는 흔적을 찾아낸다면 직을 걸고 싸우겠다.”
-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지만 1기는 최시중 위원장의 독임제 통치로 비판받았다. 2기도 그렇게 운영된다면 상임위원들의 역할도 제약을 받지 않겠나.
“최 위원장이 MBC에 ‘정명(正名)을 찾으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방통위부터 합의제 기구라는 정명을 찾아야 하고 정명에 걸맞게 정책을 입안·실행해야 한다.
상임위원들도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사무국 직원 2~3명이 상임위원의 정책 생산을 보좌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사무국이 1기 때처럼 최 위원장의 사조직으로 존재하겠다면 외부 시민사회단체의 정책 기능을 지원받아서라도 저 스스로 의제를 설정, 회의에 상정할 것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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