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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광고주들 인터넷언론 성토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

김종배/시사평론가

광고주들이 뿔났다. 잇따라 인터넷 언론을 성토한다.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가 지난 6월 9일 ‘인터넷 언론의 영향과 기업홍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인터넷 언론의 폐해를 지적하더니 11월 7일에는 전경련에 가입한 대기업 42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인터넷 언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응답 업체의 46%가 오보와 왜곡보도로, 45%는 강압적인 협찬·광고 요구로 피해를 봤으며, 인터넷 언론의 문제점으로 43%는 자체 검증기능 부족에 따른 기사 신뢰성 약화를, 37%는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선정적·낚시형 제목을 꼽았다는 내용이었다.

 한국광고주협회도 마찬가지다. 한국광고학회와 함께 지난 9월 상위 1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인터넷 광고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82.0% 나왔다고 발표했다.


*전경련 설문 조사결과 발표 관련 언론 보도들. 

 이해한다.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의 언론사도 수입의 80% 가량을 광고에 의존한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을 인터넷 언론이니까, 게다가 살림살이가 더 어려운 인터넷 언론이니까 물불 안 가리는 광고 수주전을 벌이고 ‘장사’가 되는 날림 보도를 남발했을 것이란 사실을, 더불어 이런 행태에 광고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포털을 가득 채우는 ‘낚시형 기사’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인정한다. 광고주들의 인터넷 언론 성토와 대책 마련 촉구를 일종의 ‘자위권’ 확보 차원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동기가 절실하다고 결과까지 정당화 되는 건 아니다. 자칫하다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와 광고주협회가 각각 내놓은 규제조치가 그런 경우다. 현행 3인(취재기자 2인, 편집기자 1인)으로 돼 있는 인터넷 언론 취재 및 편집 인력 등록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오보나 왜곡 보도가 빈번한 인터넷 언론에 대해 발행정지나 등록취소 조치(광고주협회는 3진아웃제)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와 같은 민간 자율논의기구를 설립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도를 넘어섰다. 인터넷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신문과의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발상이다.

 현행 법률이 인터넷 언론 등록요건을 최소한으로 잡은 것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본 정신을 어겨가며 설립요건을 강화하면 인터넷 언론마저 자본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결과를 빚는다. 광고를 강매하는 것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는 특정 시각 강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오보나 왜곡보도가 빈번한 인터넷 언론에 발행정지나 등록취소 조치를 내리자는 발상은 더 심각하다. 사법적 징계를 내리면 되는 일인데도 언론 자유의 존폐문제로까지 확대하는 것이기에 부당하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통제 의도가 투영될 수도 있기에 위험하다.

 대입하면 간명해진다. 기존 오프라인 신문이 오보나 왜곡 보도를 여러 차례 범했다고 발행정지나 등록취소 결정을 내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남아있는 신문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프라인 신문이 신문을 찍어내는 윤전기를 소유하지 못했다고 설립을 불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윤전기 한 세트에 수백억원 하니까 아마도 재벌신문만이 설립됐을 것이다.

 자율정화는 당위다. 이를 위해 자율논의기구를 만드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한다. 그 논의기구가 심의기구라면, 그 심의기구를 통해 인터넷 언론의 보도, 나아가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그건 부당하다. 회초리를 들어야 함에도 몽둥이를 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빈대 잡기 용역은 방역업체에 맡기는 것이지 철거업체에 맡기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