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130일을 넘긴 국민일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사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뒤에도 노조를 이끌던 조상운 노조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것을 계기로 대화에 나선 이후 조금씩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노조는 파업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달 16일 새로운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손병호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변화를 꾀하면서 대화의 여건을 마련했다.
손 직무대행은 “파업이 오래된 데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투쟁역량을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측과 협상에 나서는 등 두 갈래로 사태 해결의 열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노사는 파업 후 처음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하지만 노사는 첫 만남에서 첨예한 입장차만을 확인했다. 사측은 “파업의 원인이 임금협상에 있었던 만큼 임금에 대해서만 논의하자”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임금협상만으로는 안된다. 파업을 종식시킬 수 있는 노사화합 의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양측은 지난달 25일 협상 의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측이 노사화합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쉽게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노조는 사측에 공정보도를 위한 편집권 독립과 해고자 복직을 비롯해 파업 중 고소·고발 취하, 파업 이후 징계조치 금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협상에서 “불법파업이었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23명의 조합원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는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만큼 파업사태가 당장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손병호 직무대행은 1일 “비공개 협상인 만큼 오늘 회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다만 현재로선 사측과 입장차가 너무 크다. 추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 가겠지만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사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노조는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국민일보 명예회장이자 실질적인 사주인 조용기 목사 일가의 퇴진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목사의 차남인 조민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제외됐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파악하면서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는 것은 향후 징계를 하겠다는 뜻인 만큼 섣불리 파업을 종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손 직무대행은 “이달 초 집중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 하지만 끝내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보다 강력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적인 타결이 쉽지 않은 만큼 극한대립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삼규 국민일보 경영전략실장은 “임금협상에서 시작된 파업이고 인상안을 조율 중이지만 적자라서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민·형사 소송 취하 문제는) 협상 중이라 대응 방침을 공개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12월23일이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조용기 명예회장의 ‘언론 사유화’로 빚어진 각종 의혹과 법원의 소송에까지 휘말린 조 목사 일가는 즉시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국 기자들은 현 김윤호 편집국장 평가투표에 나서 75.2%로 불신임안을 가결시키며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권은 사측에 있다”며 편집국장 교체를 거부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근거없이 경영진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조상운 노조위원장을 전격 해고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소송으로 맞섰다. 노사는 임금협상에서도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협상을 7차례나 벌였지만 결렬됐다.
현재 국민일보 파업에는 조합원 152명 중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기자들만 90명을 넘는다. 편집국 부장급을 포함해 전체 기자 수는 160명이다. 국민일보는 현재 간부급과 수습기자 등이 통신기사에 의존해 기존 40면에서 8~12면을 축소 발행하고 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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