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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국회의원, KBS 사장에게 전화해 기업 소재 드라마 제작 반대 로비'

KBS 김인규 전 사장이 2010년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제작 당시 정·관계의 반대 로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10일 문화일보 기고를 통해 “당시 5월 하순쯤 학교 후배인 신문기자 출신의 J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며 “J의원이 ‘빵에 관한 드라마 준비하느냐, 그거 방송 나가면 큰일난다. S식품 관련이라는데 그 얘기 순엉터리라 안된다’고 전화했다”고 썼다.
 


국회의원이 공영방송 사장에게 재벌과 관련된 특정 드라마 제작을 못하게 압력을 가했다는 점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방송전략실장을 맡았던 김 전 사장은 취임 이후 낙하산 시비와 공정성 논란을 불러왔다. KBS 측은 기업 오너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제빵 명장으로 성공하는 성장 드라마로 기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재가 된 해당 그룹 측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한다면서 KBS와 외주제작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및 방송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라는 게 문제였다.

 

 

당시 드라마국장은 “S그룹 2세 형제의 두 회사를 한 명이 합병하면서 논란이 컸던 모양”이라며 “형제 간 갈등은 알려졌지만, 기업 측은 출생에 관한 허구까지 사실로 받아들일 거라 염려한다. H회장 반대가 완강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해당 그룹 사장이 찾아와 “S상대 출신 J다. 한 그룹 오너의 이야기라고 알려진 마당이라 H회장님 개인으로서는 심기가 편치 않다”며 ‘(드라마 제작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고 단호하게 의사를 피력했다’고 김 전 사장은 전했다.

 

 

김 전 사장은 드라마국장에게 손을 잘 보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당시 드라마국장이었던 고영탁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제작사와 당사자 입장이 있으니 방송사 입장에는 난처한 상황이긴 했다”며 “기업이 수정을 요구해와 작가와 상의해서 수정을 약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사장이 외부와 접촉하고 마치 자신이 지시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드라마국 후배들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S그룹 측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김 전 사장이 당시 어떤 뉘앙스를 받고 그렇게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우규·하경현 기자 banc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