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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MBC 해고자 9명 중 2명만 특채에 '꼼수' 지적

MBC가 2년6개월여 전에 해고한 이근행 전 노조 위원장(사진)과 정대균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특별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외견상으로는 해고자 복직을 주장해온 MBC 노조의 요구사항을 사측이 일부 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측의 이번 조치는 해고 취소 후 복직이 아닌 특별채용이라는 형식과 나머지 해고자들과 차별적인 조처라는 점에서 의문을 낳고 있다.
 


MBC는 지난 24일 임원회의에서 다음달 1일자로 이 전 위원장과 정 부위원장의 특별채용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0년 3월 취임한 김재철 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39일간의 파업을 이끌다 그해 6월 해고됐다. 정 부위원장은 진주·마산 MBC 통폐합을 반대하면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주도했다가 같은 해 7월 해고됐다.
 


갑작스레 특별채용 대상이 된 당사자들은 노조와의 상의를 통해 사측 결정을 따를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노조는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확정 이후 처음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예상치 않았던 MBC 사측의 이번 특별채용 배경을 놓고 노조는 MBC 안팎에서 쏟아지는 사장 퇴진 요구를 완화하기 위해 김재철 사장이 박 당선인 측에 보여주는 일종의 제스처로 분석하고 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25일 “대통합을 내건 대통령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MBC 정상화가 대두된 상황”이라며 “이번 특별채용 조치는 김 사장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돌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해고된 9명 중 2명만 선별적으로 특별채용한 것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이번 특별채용 결정의 당사자들은 김 사장 취임 초기 무리한 통폐합 강행에 따른 것이었고 MBC가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한 것은 올 상반기 최장기 파업 사태와 그로 인한 해고에서 비롯됐다.

 

 

올해 파업을 겪으면서 해고된 이들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노조는 사측의 방송 정상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마 국장은 “특별채용이라는 형식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설사 대상자들이 복귀한다 하더라도 MBC 정상화와는 무관한 문제”라며 “공영방송 정상화는 사장 교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노조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