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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기고]방통심의위 정상화가 ‘방송 적폐’ 청산 첫걸음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을 빠르게 정상화시키고 있다. 언론 영역도 예외는 아닌데 영화로, 다큐멘터리로,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지난 정부의 공식·비공식 문건으로 언론 장악을 위한 과거 정권과 적폐세력의 전횡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고 이에 대한 조사와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언론 종사자들도 공영방송다운 모습으로, 공정한 언론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과거 정권의 적폐,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MBC·KBS의 파업을 진행 중이고, 학계·시민사회단체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론미디어 영역의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리라는 낙관적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다. 과거 정권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송 및 언론 영역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재단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 언론미디어 영역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법·제도적 절차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된다.

 

파업 중인 MBC 노조원들이 20일 서울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이 만든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 내용에 따라 MBC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증언을 듣고 있다. 최승호 MBC 해직 PD(현 뉴스타파 앵커·오른쪽)가 2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주최로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 때 국정원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따라 자행된 부당인사, 노조 탄압, 프로그램 폐지 사례를 폭로하고 있다. 최 PD는 “2011년 초 나를 포함해 제작진 6명을 한꺼번에 날리는 인사발령을 했다”며 “이런 무지막지한 결정을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결국 국정원이 지시하고 그것을 그대로 김재철 당시 사장이 이행했다는 게 이번 문건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뉴스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특정 대기업과 관련된 홍보성 기사를 내보내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이 판을 치고, 방송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일베 이미지가 노출되어 시청자의 비난이 들끓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은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책임지고 규제할 곳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현재 위원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능 마비는 몰래카메라처럼 인권 및 사생활을 침해하는 동영상의 무분별한 유통행위에 대해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이슈인 리벤지 포르노는 2016년에만 7356건으로 3년 새 3.3배나 늘었지만, 현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공석이므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4개월째 위원 임명이 지연되면서 방송심의 2000여건, 통신심의 9만7000건이 쌓여 있다. 올해가 100일 정도 남았으니 산술적으로 하루에 방송심의는 20건씩, 통신심의는 970건씩 처리해야 한다. 누가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쌓인 심의안건을 모두 처리하려면 고생 좀 해야 할 듯하다.

 

사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개점휴업은 국회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야 간 위원 배분 문제로 임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통령과 여당 추천 6인, 야당 추천 3인으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자유한국당이 야당의 배분을 1명 더 늘려서 여당 5인, 야당 4인으로 해달라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도,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야당 1인 추가 배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감사가 바로 다음달로 다가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법률상 정책 추진 권한도 없고, 단지 위원 보좌 및 행정지원을 위한 사무처 직원이 업무보고와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국회의원을 대신하여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것처럼 행정지원 업무와 보좌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할 수는 없다. 사실 제대로 된 업무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올지도 모를 위원장이 국정감사를 받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볼 때, 2017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적한 방송통신심의 안건을 조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미합의된 야당 3인을 제외한 대통령과 여당 추천 6인을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 첫걸음은 하루라도 빨리 위원을 임명하는 것이다.

 

<김경환 |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