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사퇴 압박' 두 달 만에 사의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69·사진)이 사의를 밝혔다.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가 지난 1월 김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 판정을 내리고 이사회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지 두 달여 만이다.

 

 

MBC 지분 70%를 가진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그간 파업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MBC 사태가 새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12일 “김 이사장이 13일 오전 8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들에게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김 이사장이 오늘 오전 찾아와 ‘내 문제가 공영방송 MBC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면서 “MBC 발전을 위해 방문진의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한데 자신 때문에 방문진 이사회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13일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이 사퇴하면 방문진은 방통위가 보궐이사를 선임할 때까지 당분간 8명의 이사들이 꾸려가게 된다. 선동규 방문진 이사는 김 이사장의 사퇴 소식에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며 “여당 몫의 후임 이사 선임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지난 1월 단국대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로 판정난 뒤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방문진 이사들이 1월 말 만장일치로 자진사퇴 권고안을 결의했지만 김 이사장은 거부했다. 이 때문에 방문진은 2월 들어 이사들의 보이콧으로 두 차례나 이사회가 열리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 단국대는 이날 김 이사장에게 박사학위 취소를 통보했다.
 


김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MB정부 낙하산 인사 물갈이’를 언급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계철 방통위원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이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물러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재철 사장의 거취를 포함해 MBC 사태의 정상화 방향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30년 이상 건설업계 등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일한 김 이사장은 2010년 취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고려대 학연이 불거져 ‘MB맨’으로 도마에 올랐고, 고비마다 김 사장을 감싸는 행동으로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언론장악’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월 감사원은 방문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문진은 파업 등 경영현황과 관련해 MBC 대표가 이사회의 출석 요구와 자료제출 요구에 명확한 사유 없이 불응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MBC 현안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며 “직무상 책임을 다하지 않은 MBC 대표 및 감사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치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이성주 MBC 노조위원장은 “파업 이후 MBC는 김재철 사장의 보복성 징계와 인사발령 등으로 귀중한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회사 운영이 정상이 아닌 상황”이라며 “이제라도 방문진은 방기해온 MBC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서 MBC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