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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김재철식 'MBC 민영화의 허구'… 대선 앞두고 뭘 노렸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부장의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MBC가 추진해온 민영화 계획의 얼개가 드러났다.

 

 

MBC 기업공개와 함께 20%의 신주를 발행한 뒤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MBC 주식 30%와 함께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이 경우 정부 몫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지분은 70%에서 58%로 낮아진다. MBC는 이 같은 계획에 ‘민영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MBC 상장 계획이 추진되더라도 방문진이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틀에는 변함이 없다. 또 장학회 설립자인 김지태씨(1982년 작고) 유족들이 정수장학회 지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전이 붙어 있어 상장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설사 MBC 계획대로 추진되더라도 정수장학회가 소유 지분을 팔아 장학사업을 하는 것 외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이번 계획은 정수장학회 처리 문제로 코너에 몰려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득이 될 수 있다. 야당에서 “MBC와 최 이사장이 박 후보의 대선 선거전략 차원에서 민영화를 논의했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 민영화 맞나
 
 
최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지난 8일 만나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 최 이사장은 “이 본부장이 MBC의 민영화 계획을 설명하겠다고 하길래 만나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MBC는 기업공개를 할 경우 기업 가치를 약 2조원으로 추산했다.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30% 주식을 상장 물량으로 내놓고 4000억원어치의 신주 발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신주와 정수장학회 지분 42%를 시장에 매각한 뒤 방문진이 58%로 최대주주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다. 그렇다면 상장할 경우 말대로 MBC가 민영방송이 되는 걸까.

 

공기업 민영화는 포스코와 KT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주식시장 상장과 함께 정부 지분을 시장에 내다팔아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2002년 민영화된 KT는 6.64%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1대 주주다. 2대 주주인 NTT도코모는 5.46%를 갖고 있다. 포스코도 국민연금과 신일본제철 지분율이 각 5.94%와 5.04%로 주요 주주다. 정부 지분은 거의 없다.
 


그러나 MBC는 상장하더라도 이들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민영방송은 불가능하다. 정부 지분 58%를 시장에 내다팔아야 민영화라고 할 수 있다. MBC는 결국 민영화라는 이름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 셈이다.


 
(2) 상장 가능성


 
기업공개는 조건이 까다롭다. 기업이 주식을 상장하겠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MBC는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에 이르는 SBS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기본적인 상장 조건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소송 시비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 유족들이 장학회 지분 30%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에서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소송이 언제 끝날지도 기약하기 어렵다.
 


소송이 걸려 있는 지분은 상장과 함께 시장에 내다팔 물량이다. 자칫 잘못 팔았다가 소송에서 질 경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MBC가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코스닥상장본부 관계자는 “상장되는 회사의 주식이 적법하게 발행돼 유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주식 발행의 적법성을 묻는 소송일 경우에는 상장 심사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 법적 절차는

 


MBC 민영화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야 합의로 이뤄진 방문진 체제를 수술하는 작업이다. 이를 MBC 일부 경영진이 밀실에서 실행하는 게 적절하냐도 논란이다.


 
MBC 민영화는 관리·감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그러나 방통위 한 관계자는 “MBC 민영화는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민영화 사례는 전례가 많지 않다.
 


여기에다 정치적인 사안이 맞물려 있어 정부·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최필립 이사장이 “청와대로부터 MBC 민영화 특명을 받았다”고 전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물러났다.

 

 

(4) 수혜자는

 

 

최 이사장과 MBC가 논의한 대로 상장이 이뤄지면 정수장학회는 6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자만도 연간 200억원에 가깝다. 정수장학회는 이 돈으로 반값 등록금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MBC도 신주 발행을 통해 4000억원가량의 현금을 가질 수 있다. MBC 측은 이 돈을 활용해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MBC 상장은 정수장학회와 MBC 모두에 득이다.


 
그러나 이행 시기는 대선 후인 내년 초로 잡혀 있다. 대선 후에는 무슨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MBC와 최 이사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부터 하자고 사실상 합의했다. 실현 가능성보다 대외적인 선언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본부장도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적 임팩트가 크다”고 언급했다.


 
19일 기자회견이 성사됐을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에서 벗어나 장학사업 확대에 따른 우호적인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박 후보는 15일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을 팔아)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가지고 야당이나 저나 법인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정환보·김형규 기자 botox@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