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봉 | 성공회대교수·신문방송학 choi0126@gmail.com
2008년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는 정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할 공영방송을 손에 넣기 위해 마치 군대가 전투에서 이기면 적군의 물건을 전리품으로 차지하듯이 정권이 바꿨으니 당연히 공영방송 사장은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되어 있던 공영방송 사장의 퇴임을 압박했던 ‘점령군식 언론관’을 가진 정치집단이다.
공영방송 사장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은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오직 국민의 편에서 우리 사회의 권력집단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KBS 사장의 임기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인물을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감사원, 검찰 등 정부 권력기관들을 이용해 정연주 전 사장에게 사퇴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이를 거부하자 정 전 사장을 강제로 해임시켰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왜곡되고 삐뚤어진 점령군식 언론관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각종 비리와 노골적인 편파보도로 자질시비에 휘말린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상정되었으나 부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 해임안 부결이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향신문DB)
이번 폭로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가 노골적으로 현 정부와 새누리당에 유리한 편파방송을 제작해 방송하고 있는 정권의 치어리더 김재철 사장의 방패막이가 되어 해임안을 부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김재철 사장 해임 문제를 놓고 여야 추천 이사들 과반수가 김 사장과 MBC 노조 현 집행부를 동반 사퇴시키고, 양측이 제기했던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담겨있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의문 채택 이틀 전인 23일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후보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결의문 채택에 합의한 여당 측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고, 결국 결의문 채택은 무산돼 김 사장 해임안도 처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말문이 막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온갖 비리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노골적인 정권 편향적 편파방송으로 MBC를 파멸로 이끌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 측이 공조해 방패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던 박근혜 후보가 결국은 MB 정권의 최대 상속녀임을 명백히 증명해주고 있다.
또한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편파방송을 일삼는 김재철 사장을 이용해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박근혜 후보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 의장인 김태호 의원이 발언이 생각났다. 그리고 묻고 싶어졌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정권 연장을 위한 홍보도구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는 정말로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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