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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타블로 빌미로 '네티즌' 헐뜯은 MBC

이택광 경희대 영문과 교수



  [MBC스페셜- 타블로 그리고 대한민국 인터넷]

 
MBC스페셜이 타블로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예고를 보았을 때 솔직히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타블로의 학위조작 문제를 2회에 걸쳐 다룰 만한 사안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첫 방송이 나간 뒤에 나온 다음 편 예고를 보니 대충 감이 왔다.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은 타블로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이번 타블로 사건을 이용해서 ‘인터넷 여론’을 믿을 수 없는 악플러의 난동으로 이미지화려는 것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짐작이 사실이라면 타블로나 타진요나 모두 어떤 정치적 의도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다. 타블로는 타진요를 제물로 바치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 후속편은 타진요의 악플들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인터넷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마귀의 소굴인지를 설득하려고 들 것 같다. 특히 심각한 망상증을 보이는 타진요의 매니저 왓비컴즈가 여기 저기 싸질러 놓은 악플들은 이런 푸닥거리를 위한 좋은 장단이 될 듯하다.

 

과연 이런 추론은 타당성을 가질까?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노골적으로 편파성을 드러내며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다분히 이런 MBC스페셜팀의 의도가 읽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인터넷에 대한 보수우파의 논리를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서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하튼, 2편을 본 뒤에 최종 판단을 내려야겠지만,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이번 타블로 논란을 다룬 MBC스페셜은 흥미로운 분석사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기획이 가능했던 걸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트위터를 위시한 인터넷 여론의 위력이 여전히 강고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에서 예상치 않게 일격을 당했던 한국의 보수우파에게 인터넷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크라켄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피디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내재한 다층적 효과를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타블로나 타진요나 피디나 영문도 모른 채 모두 인터넷을 악마화하는 작전에서 총알받이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태가 돌아가는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이번 MBC스페셜도 인터넷에 기반을 둔 시민사회의 역동성에 대한 기득권세력의 공포를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택광 교수 블로그에 오른 글을 이 교수 양해를 구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