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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늘어난 채널에 전문의약품 광고 풀기


방송통신위원회의 2011년 업무보고는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보도채널 등 케이블 TV의 ‘채널’을 늘리고, 늘어난 채널에 현행 방송광고 금지품목과 중간광고 금지(지상파 해당)를 풀어 광고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디어빅뱅·광고경쟁 우려=방통위 방송광고 시장과 채널 확대, 규제 폐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 계획대로라면 내년 ‘미디어빅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채널 및 광고 확대가 현실화되면, 지상파, 케이블(종편 포함) 업자들 간 광고 수주 등을 두고 무한경쟁을 벌이게 된다. 병원·전문의약품과 중간 광고가 허용되면, 방송의 공공성도 타격을 받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방통위 광고 확대 방안의 실질적인 내용인 의료와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을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가 방송광고금지품목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현재 광고시장 상황을 볼 때 신규 광고는 병원, 전문의약품 광고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방통위 업무보고를 보면, 지상파와 종편 등을 포함해 전문의약품 등 광고가 허용될 수 있다. 광고 허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지품목은 우울증·발기부전 치료제 등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전문의약품은 의사들이 처방에 따라 파는 약품으로 유럽에선 완전히 금지되어 있고 미국에서만 허용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종편에 광고를 주기 위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산업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내에서도 전문의약품 광고 해제가 약에 의존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송광고 금지품목 규제 완화도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어떤 전문의약품을 풀지, 케이블(종편)부터 할지, 지상파도 함께 풀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이 부분을 포함해 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만큼, 전문의약품 등 광고를 종편 채널과 인쇄 매체에 우선 허용하고 지상파로 확대하는 쪽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MMS 검토 논란=지상파 방송의 다채널방송서비스(MMS) 허용 검토도 논란이다. MMS는 데이터 압축기술로 방송주파수 대역 내에 고화질(HD), 일반화질(SD), 오디오, 데이터 등의 방송을 동시에 전송하는 서비스다. KBS1은 현재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에서 1개 방송채널만을 송출하는데, MMS가 허용되면 KBS1-1, KBS1-2, KBS1-3 등 최대 4개까지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광고 유형, 시간, 횟수를 선택할 수 있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는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집중 배치할 수 있게 된다.


 종편 채널은 2~4개, 보도 채널은 2개 정도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에는 중소기업 홈쇼핑 채널까지 나온다. 케이블 채널 확대에다 지상파의 채널 확대로 10여개가 넘는 채널이 새로 생길 수 있다.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들은 방통위 업무보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종편 사업자를 신청한 조선일보는 인터넷판에서 “케이블업계는 물론이고 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들도 ‘시청권을 훼손하는 지상파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중소 케이블업체들은 또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도입되면 100여 개 중소 채널들이 몰락한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사업자인 매일경제신문의 MBN도 “방통위가 지상파의 다채널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지상파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케이블협회 등은 유료방송시장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통위는 논란이 일자 “지상파 다채널방송서비스의 도입 여부부터 검토하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운영주체, 면허 방식 등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 결정은 방통위 상임위원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내에서는 지상파의 다채널방송서비스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방통위 내에서 지상파 추진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업무보고에서 다채널방송서비스 ‘도입 여부 검토’가 아니라 ‘도입’으로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종편채널 진출 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검토’로 단계와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위원은 “방통위 업무보고는 공적인 규제는 완화하고, 산업 진흥을 확대하는 방향”이라며 “방송의 공적인 책임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방송광고 시장 확대와 관련, “방통위 목표대로 GDP 1%인 15조원 정도의 광고 시장을 만들려면 광고주에 대한 압박도 세지면서 방송사간 과당 경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목·최희진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