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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은 환자들 주머니 털어가는 것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겠다며 금단의 영역이었던 전문의약품 방송광고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고혈압·고지혈증·발기부전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 그간 방송광고가 엄격히 제한돼 있던 품목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사진, 경향신문 자료)은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에 광고 시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산업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에 미칠 위해가 크므로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될 때 가장 큰 부작용은 무엇인가

 “광고가 왜곡된 의료 소비 행태를 조장하게 된다. 전문의약품 광고가 실시되면 광고를 보고 의사에게 ‘이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중에는 약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도 많다. 의사가 환자의 요구를 100% 따르지 않는다 해도 환자의 요구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의사들이 광고를 많이 하는 고가의 약을 집중 처방하게 되면서 의약품 처방 행태가 전체적으로 왜곡된다.”

-전문의약품 광고가 방송되는 사례가 해외에 있나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미국 내 1년 광고 비용이 코카콜라보다 많다. 실로 엄청난 규모다. 광고모델이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촌스러운 광고가 아니다. 매력적인 모델들이 이 약을 먹고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의 세련된 광고를 방송하는데, 이런 광고를 보면 멀쩡한 사람도 약을 먹어야 할 듯한 기분이 든다. 광고가 필요하지도 않은 약을 먹는 사회 병리학적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 탓에 유럽은 일반인에 대한 전문의약품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처방이 늘어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는 문제가 없나

 “광고가 허용되면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주된 광고주가 될 것이다. 다국적 회사의 특허 의약품은 값이 대부분 고가인데 환자들이 광고에 영향을 받아 비싼 약품을 처방받으려 하면 그 부담이 건보 재정에 돌아가게 된다. 건보 재정이 누수되면 보험료 인상 등 국민 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광고 허용은 종편을 살리기 위해 환자들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