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월요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관련 서면브리핑 내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정사회는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과거 수십 년 전에 사회 통념적으로 이뤄진 일을 지금의 공정사회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공정사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통념적으로 이뤄지던 일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고쳐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정 사회’는 일시적인 구호가 아니다. 우리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정운용의 중심기조이고, 다음 정권까지도 계속 되어야할 중요한 과제다. 공정사회는 정치이슈가 아니고 국민적 요구이므로 특정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정권에도 계속 되어야 완전히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오늘 아침신문을 정리하면서,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빼고는 세상에 온전히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과거의 때가 묻었다고 해서 새로운 앞날을 못 여는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보식 기자의 말을 더 공식 언어로 바꾼 것입니다. 말의 뜻은 일맥상통합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때 오히려 '발목잡혀' 곤욕을 치른 야권발 '공정'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반론, 반격, 돌파구 성격이 짙어보입니다. 이 칼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하네요.
이명박 대통령이 9월 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번째 든 생각은 독해력(?)입니다. 최 기자 칼럼의 날은 이 대통령에게 향해 있습니다.
"대통령이 '공정'을 말하는 동안,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실례가 될, 그의 여러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중략)그럼에도 '도덕교사'처럼 가르치려는 대통령의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다.(중략)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즉각 드러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면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냥 이뤄진 것으로 결코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앞만 바라보며 피와 땀과 눈물로써 일한 선배 세대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갖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런 허물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공정한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조선일보의 충고 중 '나도 그런 허물이 있었다'를 빼먹은 거지요. 과거 사회 통념적으로 이뤄진 일은 자신과는 무관한 (김황식 총리 후보 등) 남일처럼 이야기해버린 셈입니다. 오독일 수도 있고, 건너띄기 읽기일 수도 있겠네요 '기왕지사 칼럼을 읽고 참고한' 것이라면, 제대로 할 걸 말이죠.
최보식 기자는 이 칼럼으로 결과적으로 '멘토'의 역할을 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말미에 엄중한 경고도 빼놓지 않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뒷전에 밀어둔 채 남을 가르치려고 하면, 앞에서는 눈치를 보겠지만 돌아서면 마음속으로 비웃음을 머금을 것이다. 이럴 경우 현 정권은 '기업프렌들리'에서 출발해 '중도실용' '세종시 수정'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공정사회'로 또 한 번 세상을 어수선하게 만들 게 틀림없다."
쓰고 나니 조선일보 칼럼을 추켜세운 것 같습니다. 최보식 기자의 이력도 한번 살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언론계에서는 인터뷰 기사 잘 쓰기로 유명한 기자인데, 올해 조선일보의 이명박 칼럼 게재 누락으로 여러 미디어 매체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9월 초 미디어오늘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이 지면에 누락된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조선일보 최보식(50) 선임기자가 최근 회사에 복귀했다. (중략) 최 기자는 지난 4월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칼럼을 썼다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칼럼 내용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누락되자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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