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월간 바자 에디터
개인적으로 최근 패션계에서 벌어진 일 중에서 가장 놀랍고도 반가운 뉴스는 디자이너 톰 포드가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싱글 맨>이라는 훌륭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잠시 우회하는 듯 보였던 그가 다시 여성복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걸 가지고 얼마 전 뉴욕 쇼를 선보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반가운데,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패스트 패션 현상에 저항하는 매우 ‘개김성’ 강한 방식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예컨대 요즘은 파리 컬렉션에 초대받은 패션 에디터나 바이어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나 모바일 폰을 이용해 제 집에 앉아 실시간으로 샤넬이나 랑방의 쇼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컬렉션 현장의 에디터나 블로거들이 트위터로 올려주는 쇼 음악 리스트를 받아 볼 수도 있고 패션계의 유명 인사 누구누구가 무슨 옷을 입고 쇼장에 왔는지조차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물질적인 것을 다루면서도 영적인 것을 늘 생각하는 톰 포드는 그러한 패션계의 즉각적인 현상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6년만에 런웨이로 돌아온 톰 포드는 인터넷 어디에서도 런웨이 영상을 상영해서는 안 되고, 매장에 옷이 입고되는 시기 한 달 전인 2011년 1월까지는 어떤 매체에도 사진 자료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워 달랑 2백여 명의 게스트만 초대했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을 만한 완벽하게 멋진 옷과 쇼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성찬의 말이 넘쳐나고 있지만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 흔한 런웨이 사진 한 장 찾을 수 없으니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의 애가 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톰 포드만이 부릴 수 있는 그 배짱 넘치는 방식에 박수를 치면서 내년 1월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은근한 애틋함까지 품게 된다.
어떤 분야에 대한 글을 써도 가장 발랄하고 명쾌한 의견을 내놓는 학자 우석훈은 언젠가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IT 산업이 발달하면 기계적이고, 디지털적인 패션이 뜰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지 않다’고. 아무리 디지털 기기 없이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고 할 지라도 그럴 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적인 것, 혹은 기계에 반하는 자연적인 것을 원하고 또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패션사를 돌아보면 서브 컬처를 메인으로 띄운 예가 많았는데, 여전히 패션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힘이라는 건 샤넬이나 톰 포드처럼 시대의 관습이나 억압, 아무도 막지 못할 것 같은 주된 흐름을 감히 바꾸어 놓겠다는 생각으로 개기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톰 포드의 그런 멋진 개김성이 더욱 힘을 발휘해 아이폰과 갤럭시로 무장한 디지털 세대를 어떤 식으로든 위협했으면 좋겠다는.
1년 전 이맘 때 받은 손편지 생각이 난다. 아무리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트렌드라 할 지라도 애틋함이 없는 것은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스타일리스트(<올리브 쇼> 진행자이기도 한) 서은영에게서 받은 편지였다. 평소 아끼는 후배에게 진심이 담긴 자신의 충고를 은근한 방법으로 전하고 싶어서 그녀는 일부러 새벽에 성당에 나가 기도를 하고 편지지에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붙였다. 그런데 서은영이 손으로 쓴 그의 애정 어린 편지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에 처음엔 솔직히 좀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만의 그 인간적인 온기와 애틋함이 담긴 소통법에 두고 두고 감사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디자이너 마영범처럼 나도 이런 결심을 해본다. 올 가을엔 아날로그를 하자! 일단 핸드폰을 분실한 김에 작정하고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에 가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 있었던 사사로운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리고 밤에는 오랜 만에 턴테이블의 먼지를 털어내고, 카드리지를 손질하고, 조심조심 디스크를 꺼내 융으로 먼지를 닦아내고, 또 조심조심 바늘을 트랙에 올려놓은 후 슈베르트의 ‘물레방앗간 아가씨’를 들어야겠다. 그리곤 아침이 되면 원두를 갈아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신 후 접시에 키친 타월 두 장을 깔아서 키우고 있는 어린 새싹들에게 분무기로 물을 주며 아침 인사를 해야지. 그리고 주말엔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모란 시장에 가서 내 남자에게 달여 먹이고 싶은 사골을 사야겠다. 모처럼 가격 흥정도 하고 말이야.
개인적으로 최근 패션계에서 벌어진 일 중에서 가장 놀랍고도 반가운 뉴스는 디자이너 톰 포드가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싱글 맨>이라는 훌륭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잠시 우회하는 듯 보였던 그가 다시 여성복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걸 가지고 얼마 전 뉴욕 쇼를 선보였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반가운데,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패스트 패션 현상에 저항하는 매우 ‘개김성’ 강한 방식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톰 포드
그런데 가장 물질적인 것을 다루면서도 영적인 것을 늘 생각하는 톰 포드는 그러한 패션계의 즉각적인 현상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6년만에 런웨이로 돌아온 톰 포드는 인터넷 어디에서도 런웨이 영상을 상영해서는 안 되고, 매장에 옷이 입고되는 시기 한 달 전인 2011년 1월까지는 어떤 매체에도 사진 자료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워 달랑 2백여 명의 게스트만 초대했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을 만한 완벽하게 멋진 옷과 쇼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성찬의 말이 넘쳐나고 있지만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 흔한 런웨이 사진 한 장 찾을 수 없으니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의 애가 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톰 포드만이 부릴 수 있는 그 배짱 넘치는 방식에 박수를 치면서 내년 1월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은근한 애틋함까지 품게 된다.
어떤 분야에 대한 글을 써도 가장 발랄하고 명쾌한 의견을 내놓는 학자 우석훈은 언젠가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IT 산업이 발달하면 기계적이고, 디지털적인 패션이 뜰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지 않다’고. 아무리 디지털 기기 없이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고 할 지라도 그럴 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적인 것, 혹은 기계에 반하는 자연적인 것을 원하고 또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패션사를 돌아보면 서브 컬처를 메인으로 띄운 예가 많았는데, 여전히 패션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힘이라는 건 샤넬이나 톰 포드처럼 시대의 관습이나 억압, 아무도 막지 못할 것 같은 주된 흐름을 감히 바꾸어 놓겠다는 생각으로 개기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톰 포드의 그런 멋진 개김성이 더욱 힘을 발휘해 아이폰과 갤럭시로 무장한 디지털 세대를 어떤 식으로든 위협했으면 좋겠다는.
1년 전 이맘 때 받은 손편지 생각이 난다. 아무리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트렌드라 할 지라도 애틋함이 없는 것은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스타일리스트(<올리브 쇼> 진행자이기도 한) 서은영에게서 받은 편지였다. 평소 아끼는 후배에게 진심이 담긴 자신의 충고를 은근한 방법으로 전하고 싶어서 그녀는 일부러 새벽에 성당에 나가 기도를 하고 편지지에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붙였다. 그런데 서은영이 손으로 쓴 그의 애정 어린 편지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에 처음엔 솔직히 좀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만의 그 인간적인 온기와 애틋함이 담긴 소통법에 두고 두고 감사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디자이너 마영범처럼 나도 이런 결심을 해본다. 올 가을엔 아날로그를 하자! 일단 핸드폰을 분실한 김에 작정하고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에 가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 있었던 사사로운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리고 밤에는 오랜 만에 턴테이블의 먼지를 털어내고, 카드리지를 손질하고, 조심조심 디스크를 꺼내 융으로 먼지를 닦아내고, 또 조심조심 바늘을 트랙에 올려놓은 후 슈베르트의 ‘물레방앗간 아가씨’를 들어야겠다. 그리곤 아침이 되면 원두를 갈아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신 후 접시에 키친 타월 두 장을 깔아서 키우고 있는 어린 새싹들에게 분무기로 물을 주며 아침 인사를 해야지. 그리고 주말엔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모란 시장에 가서 내 남자에게 달여 먹이고 싶은 사골을 사야겠다. 모처럼 가격 흥정도 하고 말이야.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편, 왜 헌재 결정 이후여야 하는가 (0) | 2010.11.08 |
---|---|
젊은이들 문제의식에 주목을(옴부즈만) (0) | 2010.11.07 |
‘슈스케’와 오락의 깊은 뜻 그리고 MBC와 SBS의 슈스케 짝퉁 (11) | 2010.11.02 |
드라마 <대물>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 (0) | 2010.11.01 |
이제부턴 조중동이 알아서 하세요 (0) | 2010.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