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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슈스케’와 오락의 깊은 뜻 그리고 MBC와 SBS의 슈스케 짝퉁

김평호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난 10월 22일 허각의 우승으로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2’(이하 슈스케2)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작년에 이어 2회를 맞는 올해의 슈스케2는 장안의 화제였다. 케이블 방송임에도 이미 지상파의 시청률을 압도한 바 있는 슈스케2는, 마지막 회에 다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같은 시간대 지상파 방송을 압도하는 역사를 또 만들어 내었다.

 슈스케2를 두고 찬사와 비판이 뜨겁게 이어지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네티즌들의 감상평부터 전문가들의 비평까지…. 아마 한 프로그램이, 그것도 오락 프로그램이, 나아가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 이처럼 세대를 넘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다양한 화제를 낳으며, 수준과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 노래, 나아가 대중문화판에 큰 화두를 던진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 평자가 말했듯 지금 한국 사회의 가요판에서 ‘노래’는 사라진지 오래다.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고 종합 엔터테이너 혹은 예비 탤런트 정도로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즐기는 것이 가요계의 모든 것이 됐다. 이런 어지러운 가요판에서 슈스케2는 노래를 듣는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백댄서와 노출과 섹시한 안무가 없어도, 기계음이 없어도, 단지 사람의 목소리로 구현된 노래 그 자체가 얼마나 강렬한 느낌을 주는 지를 슈스케2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고 이 평자는 적고 있다.

 물론 비판도 있다. 슈스케2는 전국노래자랑에 서바이벌과 엔터테인먼트를 더한 프로그램이라는 것, 그래서 음악적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스케는 음악과 무관한, 출연한 사람들과 그들이 품고 있는 사연들이 주인공인 쇼라는 것이다. 따라서 슈스케가 우리 사회에 노래, 나아가 대중문화판에 깊이가 있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비판의 요체이다.

 여기에서 찬사와 비판 중 어느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어느 쪽이라고 판단내릴 필요도 없다. 왜? 그것은 슈스케가 참으로 오랜만에 노래와 가요산업에 대해,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해 익숙하지만 잊고 있었던 핵심적인 이슈를, 전문가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던져주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야야 할 것은 오락의 깊은 뜻이다. 오락이란 무엇인가? 한자 오락은 ‘큰 소리로 노래 부르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라는 어원적 뜻을 가지고 있다. 불어나 영어의 엔터테인먼트 역시 ‘서로 잡아주는 것’이라는 의미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또 오락이 제공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재미’는 영양과 맛을 동시에 가진 것을 뜻한다. 오락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인 ‘카타르시스’는 ‘몸과 마음의 정화’를 의미한다.

 요약하면 오락이란 소리 높여 흥겹게 서로 놀면서 그 놀이가 종래에는 모두를 평안하게 하고 맺힌 것을 풀어 우리의 심신을 맑게 정화해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슈스케2가 이런 경지에 도달했는지는 각자 나름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적어도 슈스케2가 오락이 가진 본래의 깊은 뜻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10월 8일 Mnet ‘슈퍼스타K 2’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려 후보 4명(왼쪽부터 강승윤, 장재인, 허각, 존박)이 합동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 Mnet

 우스꽝스러운 것은 슈스케가 국민 음악프로로 떠오르자 MBC와 SBS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리지널’이 무의미해지고,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는 이미지의 시대, 시뮬라시옹의 문화판이라고 할지라도, 예상컨대 문화방송과 서울방송의 ‘짝퉁’은 슈스케 만큼의 파장은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다. 왜? 그것은 ‘슈스케의 짝퉁’이기 때문이다. 또 사장이 실토했듯이 MBC는 그 프로그램을 ‘의미는 없지만 시청률은 올릴 수 있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은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