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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디지털 시대 책의 미래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미국의 명문 사립대들을 중심으로 책 없는 도서관이 늘고 있다. 도서관의 각 층마다 책을 가득 보관하고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대출해 주던 예전의 도서관의 모습이 미국 대학에서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인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그리고 듀크대 등이 기존의 도서관을 전자도서관으로 바꾸기 위해 기존의 도서관에 있던 책들을 캠퍼스 밖의 다른 보관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서고와 책으로 가득 찼던 도서관 공간들은 학생과 교수진을 위한 토론과 연구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그룹미팅과 토론회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 대학들이 도서관의 책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기존의 도서관을 전자도서관으로 바꿀수 있는 배경에는 e-Book으로 불리는 전자책의 발전이 자리잡고 있다. 전자책의 발전으로 컴퓨터를 통해 언제든지 책과 논문들을 검색하고 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종이책을 보관하기 위해 많은 공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대학들이 기존의 도서관을 전자도서관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도서 판매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 매출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단순히 보기엔 별것 아닌것 같아 보이지만, 지난 5월 통계에서 전자책이 미국 도서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5개월 사이에 무려 3%가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빠른 성장속도에 힘입어 내년 말까지 전자책은 미국 전체 책 판매 실적의 약 20~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치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음반과 비디오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던 것처럼 종이책 시장도 머지않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전자책의 강력한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전자책의 급속한 성장이 점쳐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독자들이 기존의 종이책보다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종이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전자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두껍고 무거운 책을 여러 권 갖고 다닐 필요 없이 가볍고 휴대가 간편한 전자책에 여러 권의 책을 다운로드해서 갖고 다니면서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마존닷컴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킨들’이라는 전자책이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의 초대형 서점 체인인 ‘반즈 앤 노블스’도 자체 개발한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이러한 전자책을 구입해 이용하고 있는 독자는 약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5년까지 전자책 이용자는 약 3천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미국의 포레스터(Forrester) 연구소는 예측하고 있다.

2010년 1월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차세대 개인용 IT 기기인 태블릿 PC '아이패드'(iPad)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자책의 성장보다 종이책 시장에 더 강력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아이패드(iPad)’를 중심으로한 ‘태블릿PC’의 등장이다. 그야말로 총천연색 터치 스크린으로 무장한 태블릿PC는 독자들에게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통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전혀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달에 미국에서 새로 판매를 시작한 애플의 아이패드용 소설 <드라큐라(Dracula)>는 기존의 게임 엔진과 그래픽, 그리고 3D 기술을 이용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어, 책이 단순히 글과 그림만을 보여주는 인쇄매체가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종합 예술 매체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아이패드의 전자책은  인터랙티브 기능도 독자들에게 함께 제공하고 있어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책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디지털 기능으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도서시장에서 태블릿 PC가 제공하는 전자책 서비스가 내년 연말쯤 일반 전자책 서비스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의 전자책과 태블릿 PC가 제공하는 전자책 서비스의 급속한 발전은 종이책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컬러플한 캐릭터와 배경그림, 다양한 사운드 기능, 그리고 인터랙티브 기능을 무기로 출판시장을 서서히 점령해 오는 전자책의 도전은 이미 시작 되었다. 우리출판업계도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서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왜냐하면, 도서시장의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빨리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