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추문에 휘말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월 30일 남동부 도시 그르노블을 찾아 이민자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프랑스의 풍자전문 주간신문 ‘르 카나르 앙셰네’는 3일자에서 “사르코지가 국내중앙정보국(DCRI)에 본인과 지인들을 성가시게 만드는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들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머릿기사로 폭로했다.
신문은 “베르나르 스카르시니 정보국장이 이에 따라 별도의 전담반을 구성했고, 올해 초부터 몇몇 조사는 사르코지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이같은 정보를 정보국 내부의 확실한 정보원으로부터 얻었다면서 이례적으로 기사에 편집국장의 서명을 담아 발행했다.
엘리제궁(대통령궁)은 이에 대해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반발하고 정보국은 “대통령의 그같은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일간 르몽드까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보유출 방지팀이 실제로 운용되고 있다”고 정보국 내 또다른 취재원을 통해 보도를 확인하면서 언론인 사찰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집권 대중운동연합 (UMP)의 재정부장이자 현 노동부장관인 에릭 뵈르트를 통해 프랑스 최고 갑부 여성인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기자 사찰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프랑스 언론에서 정부의 사찰 의혹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르몽드는 지난 달 엘리제궁 관계자들이 불법적으로 기자의 취재원을 조사했다고 사설을 통해 비판하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피고발인을 지명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르몽드는 “사르코지가 직접 개입했다”고 주장했으나 내무부는 “경찰청 명령으로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며 무마를 시도하다가 위법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지난 몇 주 사이에 대선자금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의 취재 정보가 담긴 노트북과 위치확인시스템(GPS), 테이프 등이 도난되는 사건이 잇따라 세 건이나 발생하면서 정부 개입설이 분분했다.
프랑스 언론노조와 야권은 권력남용에 해당하는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세실 뒤플로 녹색당 대표는 일간 리베라시옹과 인터뷰에서 사르코지의 언론사찰 의혹과 언론인들에 대한 도난 사건을 조사할 독립 조사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국제부/최민영 기자 wildthy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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