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민영방송으로 등장한 이래 20여년이 넘게 방송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상파 영역의 간판급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지상파 영역 시사와 탐사부문 프로그램들이 내·외부의 압박으로 심각한 침체기와 위기를 대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은 매우 큰 대중적인 관심과 반향을 지속적으로 끌어내고 있으며, 오는 5일에는 1000회 제작이라는 기념비적인 성취를 이루게 된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문제적인 단면과 충격적인 사건들의 이면을 파헤치고 조명하는 시사프로그램 영역의 핵심적인 주체로서, 이 프로그램은 기민한 ‘생명력’을 발휘해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미제로 남아 있거나 사법적인 판단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의혹이 가는 범죄 사건들, 그리고 재조명과 복기가 필요한 복잡하게 얽힌 사안들의 ‘속살’과 엉킨 실타래를 과거로부터 불러내 세밀하게 재구성한다.
이 프로그램의 장르적 성격과 관련하여 언론학자와 비평가들은 통상적으로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캐릭터물”, “시사 다큐멘터리”, “실화 바탕 범죄스토리”, 시사교양의 “결정적 프로그램”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다수의 미디어 연구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주력하는 짜임새 있고 감각적인 스토리텔링과 설득력이 상당한 추론에 기반을 둔, 마치 하나의 정련된 추리물을 접하는 듯한 내러티브 구성에 주목한다. 또한 ‘CSI 효과’라고도 지칭되는 완성도 높고 흡인력 있는 영상문법의 제시와 더불어, 정확한 한국어 구사능력과 신뢰감을 주는 사회자 김상중씨의 진행은 이 프로그램이 대중적인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만만치 않은 사회적인 환기효과와 더불어, 복기와 대안적인 조명이 필요한 부조리한 사안과 쟁점들과 관련된 검증의 필요성과 비판적인 문제제기 등과 같은 중요한 의제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인 소수자들이나 피해자들의 억울함에 주목하며, 합리적인 의혹과 검증의 제기가 필요한 미제사건이나 충분한 점검이 되지 않은 문제적인 사안들을 쟁점화해온 것이다. 예를 들면 이 프로그램은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오대양 집단변사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그리고 수많은 인권이 유린된 부산 형제복지원사건 등과 같은 상당한 환기작용을 불러일으키며 대중의 뇌리에 남는 일련의 사건과 사회적 상처들을 밀착해서 조명한 바 있다.
SBS-TV '그것이 알고싶다' 최삼호 총괄 PD_경향DB
또한 매우 시사적이며 정치·사회적인 논점들이 녹아든 주제들이었던 수지 김 간첩 사건,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 촛불정국,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 원전 마피아, 일베 현상,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공적인 함의가 심대한 쟁점들을 다루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와 미제사건의 재구성에 상당한 초점을 맞추되, 때로는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나 갈등적인 쟁점들을 조명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의 작업을 돌아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이나 ‘땅콩회항’ 등의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한국사회 내에서 확연하게 축적되고 감지되는 ‘공분’과 기득권층의 부조리한 행태에 대한 사회고발이 필요하거나 개입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이슈들에 ‘주력’하기도 한다.
동시에 전성기 시절의 MBC <PD수첩>이나 대안적인 탐사보도로 확연하게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는 <뉴스타파>와 같은 프로그램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수준의 첨예한 정치적인 사안이나 문제적인 정부 시책에 대한 집중력과 뚝심을 발현하는 진단이나, 이를 심화된 탐사작업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집합적인 노력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주기적으로’ 접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현재 언론 장에서 일정한 활동영역을 공유하는 주요 시사고발 그리고 탐사프로그램들이, 정치적 심의와 직간접적인 압박 속에서 위기상황을 겪어가며 ‘무디고 정체된’ 활동상을 보이는 현실 속에서, 이 프로그램의 생산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판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 상당한 성취와 역량을 발현하는 프로그램에서 앞서 언급한 일련의 정치적인 쟁점과 의혹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측면이 충분히 탐구되거나 모색되고 있지 못한 점은 여러모로 아쉽다.
이제 1000회 방영을 앞두고 향후 숙고된 방향성의 설정과 변화를 통한 질적 도약을 준비할 <그것이 알고 싶다>의 구성원들이, 대면하는 적지 않은 어려움과 압박 속에서도, 분발해주기를 그리고 용기와 비판정신을 움츠러들지 않고 발휘해주기를 언론학 연구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이기형 |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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