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기자라는 게 있다. 언론 종사자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언론 일보다 딴 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다. 김주완님의 '사이비 언론, 사이비 기자 감별법 아시나요?'를 참고하여 보면, 이들의 양상은 대개 다음과 같다.


   - 한여름에도 항상 짙은 색 양복을 입고 다니는 자
   - 회사에서 발급한 기자증이 화려하고 뻑적지근한 자
   - '보도''PRESS'라는 표지를 눈에 띄게 달고 다니는 자
   - 취재는 제쳐두고 사교나 광고 영업에만 열중하는 자
   - 관공서나 기업의 홍보 자료만 베낀 기사를 쓰는 자
   - 홍보 기사가 나오면 해당 업체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 생색을 내는 자
   - 약점을 잡아 은근히 겁을 주는 자
   - 취재원과 논쟁을 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자
   - 자기가 쓴 기사를 특종이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자
   - 명함에 기자 말고 다른 직책이 쓰여 있는 자
   - 각종 이익단체의 간부를 겸하고 있는 자
   - 취재 때 소속 회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자



'감별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쓰인 글이므로, 이러한 특징은 주로 외형을 지적한 것이다. 개개의 외형 하나만으로 해당 기자가 사이비인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여럿 나타나면 사이비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주완님은 "위에서 언급한 사례 중 서너 건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한다.


이것이 사이비 기자의 외형이라면
, 그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윗글에서 인용한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사이비 기자들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


   -
권력과 금력에 결탁한 자
   - 
언론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자 
   -
촌지와 향응을 탐닉하는 자
   -
편파·왜곡보도를 일삼는 자 
   - 
진실·정의·양심에 위배된 기사를 작성하는 자


블로거도 사이비가 될 수 있다
. 사이비 기자가 그렇듯, 금력에 결탁하고, 블로깅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대가와 향응을 바라고, 편파 왜곡 포스팅을 쓰고, 사실과 다르고 양심에 어긋나는 글을 쓴다면 갈 데 없이 사이비가 된다. 물론 블로그는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불릴 정도로 공공성을 띠고 있는 언론과는 다르므로, '돈벌이로 이용하고' 자체가 문제가 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다른 네 가지 요소들과 병합되어 나타날 때이다. 이를 일단 '사이비 블로거'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들의 외형은 어떨까
. '사이비 기자 감별법'을 참고하면 예컨대,

   -
불필요하게 대포 같은 DSLR을 들고 다니는 자
   - 명함이 화려하고 뻑적지근한 자
   - 
'파워 블로그'라는 말을 스스로 쓰는 자
   - 
업체와 얼굴 익히기나 협찬 받는 데만 열중하는 자
   -
기업과 업체의 홍보 자료만 베낀 포스팅을 쓰는 자
   -
홍보 포스팅을 한 뒤 해당 업체를 찾아가 생색을 내는 자
   -
업체의 약점을 잡아 은근히 겁을 주는 자
   -
업체와 논쟁을 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자 
   -
명함에 서너 개 이상의 직함이 쓰여 있는 자

같은 것이 되겠다. 사이비 기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조건 하나를 갖고 있다고 사이비 블로거로 보기는 어렵지만, 여럿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렇게 보아 무방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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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사이비 기자에 빗대어 '사이비 블로거'라고 했지만, 이 말은 일단 개념상 좀 문제가 있다. 사이비는 '진짜'를 전제로 하여 성립하는 개념이다. 사이비 언론은 진짜 언론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말이다. 즉 공정한 자세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진짜 언론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불공정한 자세로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언론은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공공성이 약한 개인 블로그에서 사이비의 대척점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사이비라는 개념도 함께 모호해진다.

그러나 블로그가 사실상 정보와 의견의 유통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기존 언론의 역할을 대치하는 부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블로그가 미디어, 더 나아가 1인 미디어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미디어의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나는 블로그가 정보와 생각의 생산과 유통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체(글자 그대로 媒體)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 이른바 '파워 블로거'의 파워나 일반 언론의 영향력은, 그 원천이 매스 미디어의 '매스'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성격의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권력의 크기가 천양지차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힘은 크든 작든 가지면 쓰고 싶어지는 속성이 있다. 힘을 쓰는 것은 그렇다 쳐도, 정보가 되도록 공정하게 생산되고 유통되어야 할 필요는 블로그나 언론이나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사항이 아닐까 싶다. 인위적으로 왜곡한 정보는 언론을 통해서든 블로그를 통해서든 마찬가지로 해악을 낳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많은 독자가 있다는 점을 뒷심으로 하여 금력에 결탁하고 대가와 향응을 바라고 편파 왜곡 포스팅을 쓰고 사실과 다르고 양심에 어긋나는 글을 작성한다면 사이비 기자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건설 현장에서 금품을 뜯어 온 사이비 기자들에게 시달리던 피해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에 올리겠다,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얘기하면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일단 무마를 해야하니까..." 내가 지금 쓰는 글의 계기가 된 나기사님의 '파워 블로거들 협찬 받은 거 보니 가관이군요'의 댓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파워 블로거. 신흥 권력층이랄까요. 번쩍번쩍 데세랄 들고 나타나는 누군가를 목격하면 갑자기 종업원들 손길이 바빠지고.. 점주 소환!" 이 두 양상은 물론 범의(犯意)와 적극성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인터넷 공개'가 한 쪽에는 무기가 되고 한 쪽에는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만은 아주 흡사하다. 후자의 경우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업주측이 알아서 긴다는 말인데, 이런 정황을 이용하러 나서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사이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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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사이비 기자가 하듯이 업체를 찾아다니며 위협을 하고 협찬이나 광고를 강요하고 돈을 뜯어내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런 의미의 사이비 블로거는 다행히 쉽게 찾아 보기 어렵다고 믿는다. (독버섯이 어디서는 안 자랄까. 블로그를 운영하지도 않으면서 파워 블로거를 가장하여 돈을 뜯거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은 리뷰를 제공하겠다며 돈을 뜯는 진정한 사이비 블로거들도 분명 있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이비 블로거는 드물어도 사이비 리뷰는 끊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주장하는 것처럼, 리뷰 블로깅은 홍보 협찬을 받은 사실을 떳떳하게 공개해야 한다. 협찬을 받을 수 있고, 협찬을 받아야만 리뷰를 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업체의 자발적인 홍보 의뢰를 받을 수도 있고 이런 의뢰를 받아 포스팅을 쓸 수도 있다. 정당하게 시간을 투자한 노동이라는 점에서, 리뷰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밝히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것은 자신의 블로그가
, 자신의 포스팅이 공정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다. 그 필요성은 미국 같은 곳에서 법규로 강제하고 있음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협찬 사실을 밝히는 것은 제품과 블로거 사이에 적절한 선을 긋는 일이기도 하다. 왜 이런 일을 피함으로써, 자신의 땀과 정성이 깃든 블로그를 광고물 쪼가리(흔히 찌라시라고 표현된다)로 전락시키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기업이나 업체측에서 협찬 사실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면
, 우선 그런 업체측이 나쁜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거를 저렴한 영업직 임시 직원으로 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상품에 자신이 있다면 이렇게 구린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 협찬 사실을 밝히지 말라는 전제가 달린 협찬 요청의 대상 상품은 일단 품질을 의심해도 좋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업체가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양심 있고 양식 있는 블로거라면 이렇게 스스로
'하청 블로거'로 전락되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협찬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기 블로그를 찾는 독자들에 대한 일종의 기만이다. 협찬 사실을 밝히는 것은, 해당 글이 협찬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서 독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거꾸로, 이렇게 협찬 사실을 당당히 밝힐 수 있을 만큼 리뷰를 공정히 작성했다는 뜻도 된다. 상품 협찬이든 금품 제공이든, 업체의 협찬을 받고 쓰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자신의 리뷰가 업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한 상태에서 쓰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